지프의 발걸음이 재빠르다. 최근 들어 지프는 새로운 모델 두 대를 연달아 출시했다. 지난해 그랜드 체로키 L을 선보인 이후 사람들의 이목이 지프에 집중된 것도 있지만 시대의 변화에도 발맞춘 행보다. 첫 번째 모델은 부분 변경으로 돌아온 컴패스다. 컴패스는 지프 브랜드에 대한 소비자들의 접근성을 높인 모델로 온로드와 오프로드 주행 사이에서 균형을 잘 잡은 모델로 평가 받고 있다. 이번 부분 변경은 다양한 편의 장비를 추가한 것이 특징이다. 다른 모델은 수입 소형 SUV의 베스트셀링 모델 레니게이드다. 도심형 SUV를 표방하고 있지만 오프로드의 명장 지프 답게 이 급에서 오프로드 성능으로 따라올 모델이 없다. 하이드로 블루 펄 코트(Hydro Blue Pearl Coat)의 컴패스와 콜로라도 레드 클리어 코트(Colorado Red Clear Coat)의 레니게이드를 한자리에서 만났다. 태극 문양의 양과 음이 만나 합을 이루듯 지프라는 거대한 원 안에서 두 모델은 조화를 이루며 각자의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New COMPASS 더 편하고 더 특별하게 돌아온 컴패스 전날까지 퍼붓던 비가 거짓말처럼 그치고 오랜만에 해가 떴다. 쨍쨍한 햇볕 아래 하이드로 블루 펄 코트의 컴패스를 한참을 바라봤다. 속초 바다의 코럴 블루와 강릉 바다의 코발트 블루 사이 어디쯤에 위치한 오묘한 색상은 빛에 따라, 각도에 따라 다른 느낌을 낸다. 때로는 가볍고 경쾌하며, 때로는 듬직하고 진중하다. 다부진 차체에 더한 하이드로 블루 펄 코트는 부분 변경으로 돌아온 컴패스를 더욱 돋보이게 한다.
외관은 크게 달라지진 않았지만 최신 디자인 트렌드에 뒤처지지 않도록 꼼꼼하게 손봤다.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부분은 앞모습이다. 지프의 상징인 세븐 슬롯 그릴의 안쪽을 입체적으로 꾸몄다. 이전에는 세븐 슬롯 그릴 안쪽으로 엔진 냉각을 위한 공기를 빨아들였는데 이젠 더 커진 하부 그릴의 몫이다. 크기만 커진건 아니다. 하부 그릴 주 변에 검은색 장식을 더했다. 헤드램프는 이전보다 얇게 다듬고 내부를 블랙 베젤로 마감했다. 주간 주행등은 안개 등 위에서 헤드램프 속으로 자리를 옮겼다. 전체적으로 날렵한 디자인과 검은색 장식을 활용해 전보다 선명하고 뚜렷한 생김새다. 최상위 트림인 S는 세븐 슬롯 그릴의 윤곽선을 크롬 대신 무 광으로 된 검은색으로 마무리해 존 재감을 더했다. 이뿐만 아니라 엠블럼과 윈도 몰딩, 리어범퍼 디퓨저도 마찬가지다. 이 외에도 앞뒤 범퍼 아래를 같은 색으로 채웠다.
앞모습과 달리 옆과 뒷모습은 이전 모델의 장점을 그대로 계승했다 컴패스의 옆모습은 큰 그림에서 균형감이 넘치고 각각의 디테일과 어우러짐이 좋다. 신형에서 바뀐 것 이라면 새로 디자인된 휠과 유광으로 된 검은색 사이드 미러 커버, 그래픽을 바꾼 LED 리어램프다. 크기는 이전 모델과 약간 차이가 있다. 20mm 길고 20mm 낮아졌다. 차체 길이 X 너비 X 높이 는 각각 4420 X 1820 X 1630mm이다. 휠베이스는 2636mm로 동일하다.
외관과 달리 실내의 변화는 드라마틱하다. 실내만 보면 부분 변경이 아닌 완전 변경을 겪은 것 같다. 대시보드에 좌우로 가로지르는 선들을 계단식으로 배치해 넓고 정돈된 느낌이 물씬 풍긴다. 특히나 눈에 띄는 건 운전석 왼쪽 송풍구부터 조수석 오른쪽 송풍구까지 한 번에 연결된 은색 장식과 가죽으로 덧댄 대시보드 위의 스티치 장식이다.
전보다 고급스럽고 소재도 다양해 보기에도 좋다. 실내 변화의 꽃은 대시보드 중앙에 위치한 10.1인치 디스플레이다. 이전에는 대시보드 안에 쏙 들어가 있었지만 신형은 대시보드 위로 떠오른 플로팅 방식을 차용한다. 덕분에 좀 더 진화한 분위기를 연출한다. 디스플레이는 해상도가 높아 시인성이 뛰어나고 터치도 된다. 대시보드 중앙 송풍구 아래에는 공조 장치를 조절하는 물리 버튼을 배치했다. 크기와 버튼 위 그림 모두 큼직해 보기에도, 쓰기에도 편하다. 무선 애플 카플레이와 안드로이드 오토를 지원하며 순정 내비게이션으로 T맵이 들어간다. 최상 위 트림인 S에는 10.25인치 디지털 계기판과 360도 서라운드 뷰 카메라, 무선충전 패드가 추가된다.
보닛 아래에는 2.4L 타이거샤크 엔진이 들어간다. 1세대 컴패스에 들어간 월드 엔진을 손본 엔진이다. 최고출력 175마력, 최대토크 23.4kg·m를 발휘한다. 변속기는 굴림 방식에 따라 차이가 있는데 앞바퀴굴림은 6단 자동변 속기, 사륜 구동은 9단 자동변속기가 짝을 맞춘다. 우리가 경험한 시승차는 9단 자동변속기를 달았다. 지프의 네 바퀴 굴림 시스템 성능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 전자식 트랜스퍼 케이스와 브레이크 록 디퍼렌셜로 한쪽 바퀴에 100% 구동력을 보낼 수 있어 오프로드에서 유용하게 쓰인다. 평소에는 트랜스퍼 케이스를 기계적으로 분리해 앞바퀴만 굴려 연비를 높인다. 더불어 셀렉 터레인 지형 설정 시스템은 모래(Sand)와 진흙(Mud), 눈길(Snow), 오토(Auto) 네 가지 지형 모드를 최적화할 수있는 주행 모드를 제공한다.
두툼한 운전대는 돌리는 느낌이 가볍고 시트 포지션이 높아 시야가 좋다. 바퀴가 노면을 구르는 느낌도 푹신하다. 승차감은 부드러워 과속방지턱이나 요철 구간을 달려도 불편함이 없다. 컴패스는 노면 충격을 받으면 차체가 내려가면서 충격을 부드럽게 흡수하고, 그 구간을 벗어나면 언제 그랬냐는 듯 자세를 고쳐 잡는다. 이런 과정이 급 격한 게 아니라 유연하게 이루어진다. 차분하게 정리된 진동과 소음, 여유롭지만 출렁임이 적어 일상적인 생활에 서의 쓰임이 상당히 만족스럽다.
비포장도로에 올라갔을 때의 자신감은 어떤 동급 경쟁 모델을 가져와도 비교 대상이 되지 않는다. 물 만난 고기라고 해야 할까? 꼭 지프라는 배지를 달고 있어서 하는 이야기가 아니다. 서스펜션 움직임이 자유롭고 범퍼 진입 및 탈출 각에 여유가 있어서 국내 어떤 오프로드를 가더라도 바닥을 긁힐 일은 거의 없다. 이처럼 컴패스는 온로드와 오프로드 주행 사이에서 균형이 절묘하다.
컴패스는 활용도 높고 실용성이 좋은 SUV다. 매일 타기에도 부담이 없고 장거리 여행에도 제 역할을 톡톡히 해 낼 거다. 그만큼 쓰임새라는 영역에선 존재감이 상당하다는 이야기다. 또 확 바뀐 실내 디자인과 풍부한 편의·안전 장비는 컴패스 잠재 고객들의 연령층을 낮추는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이젠 단순히 잘 달려서 잘 팔리는 시대는 지났다. 눈으로 보기에 예뻐야 하고 주행 환경도 편안해야 한다. 그런 점에서 컴패스는 시대적인 트렌드를 잘 좇고 있다. 이번 컴패스에 큰 기대를 걸어봐도 좋다.
#1 플로팅 방식으로 바뀐 센터 디스플레이는 3분할 방식으로 다양한 정보를 제공한다. 디스플레이 윗부분에서 외부 온도와 실내 온도, 통풍 혹은 열선 시트의 상황 등을 한눈에 파악할 수 있다. 아랫부분에는 큼지막하게 카테고리별로 기능들이 구성돼 있어 처음 사용하더라도 쉽고 빠르게 적응할 수 있다. 무선으로 애플 카플레이와 안드로이드 오토를 지원하는 것도 특징이다.
#2 컴패스의 셀렉 터레인 지형 설정 시스템은 모래(Sand)와 진흙(Mud), 눈길 (Snow), 오토(Auto) 네 가지 지형 모드를 제공한다. 이전 모델은 네바퀴굴림 시스템에 저속 기어나 사륜 고정 기능이 빠져 있었지만 부분 변경을 거치며 새롭게 들어간다. 진짜배기 오프로더로 다시 태어난 느낌이다. 덕분에 험준한 곳을 맞닥뜨려도 자신감 있게 헤쳐나갈 수 있다.
#3 트렁크의 기본 용량은 770L로 동급 경쟁 모델 중에서도 넉넉한 수준이다. 2열 시트를 모두 접으면 최대 1693L까지 늘어난다(SAE 기준). 트렁크의 매력이 단순히 넉넉한 공간에 있는 것은 아니다. 짐칸 바닥을 두 단계로 조절 가능해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는 게 특징이다. 바닥을 위로 올려 바닥 아래 공간에 세 차 도구나 짐을 넣을 수 있고 큰 짐을 실을 때는 바닥을 아래로 내려 공간을 확 장할 수 있다.
#4 열선과 통풍 시트를 기본으로 장착한 앞 좌석 덕분에 주행 환경은 전보다 쾌적해졌다. 우리가 주목해야 하는 건 앞 좌석만이 아니다. 뒷좌석은 컴패스 최초로 열선 기능을 넣었다. 심지어 2단계로 조절 가능하다. 겨울철 뒷좌석에 앉아 본 사람이라면 열선 기능이 가뭄에 단비처럼 얼마나 필요한 기능인지 알 것이 다. 또 열선 버튼 사이에 C타입을 포함한 USB 포트 두 개를 넣으면서 스마트폰 충전 기능을 지원한다.
2022 RENEGADE 1.3 친환경 바람을 타고 엔진 다운사이징으로 돌아온 레니게이드
레니게이드가 처음 세상에 나왔을 때 그 모습을 보고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이전까지 지프의 디자인은 전통적이고 전형적이었다. 하지만 레니게이드의 디자인은 현대적이고 파격적이었다. 그렇다고 지프의 디자인 헤리티지를 놓친 것도 아니었다. 반듯하게 잘린 앞뒤 모습은 랭글러와 같은 오프로더를 연상시키지만, 옆에서 보는 비례는 현대적인 SUV다. 라디에이터 그릴, 동그란 헤드램프는 전형적인 지프의 모습이지만 차체 안팎 곳곳의 꾸밈새는 그 동안 지프에서 볼 수 없을 만큼 파격적이었다. 디자인의 힘은 대단했다. 젊은 고객들에게 어필하는 데 성공, 특히 2018년에는 국내 수입 소형 SUV 판매량 1위에 오르기도 했으며 지프 1만 대 클럽의 숨은 공신으로 활약했다.
그런 레니게이드가 배기량을 2.4L에서 1.3L로 줄여 돌아왔다. 그래서 정식 이름도 ‘레니게이드 1.3’이다. 몇 해 전부터 자동차 업계에 불고 있는 친환경 바람 때문에 엔진 다운사이징을 선택한 것. 배기량이 줄면 그만큼 엔진 힘이 떨어지기 마련이다. 하지만 레니게이드는 최고 출력 173마력, 최대 토크 27.6kg·m 를 발휘, 이전 2.4L 엔진 때보다 최고 출력은 불과 2마력밖에 줄지 않았고 최대 토크는 오히려 0.1kg·m가 높아졌다. 더 흥미로운 건 연비다. 레니게이드 1.3의 복합 연비는 리터당 10.4km로 2.4L 엔진 대비 11%가 개선되며 다운사이징 효과를 제대로 봤다.
직접 운전을 해봐도 2.4L 엔진 때와 힘의 차이는 거의 느끼기 어렵다. 1.3L 엔진에는 9단 자동 변속기가 짝을 맞추는데 궁합이 제법 잘 맞는다. 초반 기어비가 커서 초반 가속은 조금 더디지만 한번 속도를 붙이면 시원하게 앞으로 튀어 나간다. 미국적인 주행 질감에 여유가 엿보인다. 좌우 출렁임이 심한 건 아니다. 도심을 내달리는 SUV답 게 서스펜션을 여느 지프 모델보다 단단하게 다듬었다. 핸들링 반응도 보다 명료한 편이다.
온로드뿐 아니라 오프로드에서도 유연하게 반응하며 지프의 막내로서 자존심을 지킨다. 다른 소형 SUV와 비교 했을 때 오프로드 주행에서 자신감이 넘친다. 기본적인 성능도 뛰어나지만 네 바퀴 굴림 모델엔 자동, 모래, 진흙, 눈길 등의 모드를 지원하는 셀렉터레인 지형 설정 시스템이 들어간다. 더불어 어떤 상황에서든 앞과 뒤축에 균일 하게 토크를 분배하고 크롤비를 20대 1까지 높여 최대한의 구동력을 끌어낸다. 물론 평소에는 효율을 끌어올리기 위해 앞바퀴에만 동력을 전달하다가 상황에 따라 네 바퀴를 굴린다.
엔진의 변화 말고도 실내 편의 장비도 눈에 띈다. 열선 기능이 있는 앞좌석 시트와 운전대를 기본으로 적용했으며 상위 트림인 리미티드는 가죽 시트를 넣어 안락한 착좌감을 제공한다. 흥미로운 건 바로 뒷좌석의 폴딩 비율이다. 소형 SUV는 ‘소형’이라는 수식어가 붙듯이 태생적으로 공간이 넉넉할 수가 없다. 그래서 레니게이드 리미티드 모 델의 경우는 뒷좌석 폴딩 비율로 태생적인 한계를 뛰어넘는다. 40:20:40으로 다양하게 구성해 크고 작은 짐을 실을 수 있다. 서핑이나 패러글라이딩, 캠핑, 차박 등 요즘 2030세대가 푹 빠져 있는 아웃도어 장비를 싣기에도 부족함이 없다.
레니게이드를 그저 그런 발랄한 SUV라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오프로드에서도 당당하고 ‘소형’이라는 크기의 절대적 한계를 뛰어넘기 위해 신경 쓴 티가 역력하다. 게다가 소형 SUV에선 찾아보기 어려운 파노라마 선루프까지 품었다. 도심형 SUV를 표방하지만, 레니게이드의 방점은 SUV의 본질과도 같은 레저에 있다. 레니게이드도 어엿한 지프 혈통이라는 것을 다시금 곱씹는 시간이었다.
#1 연식 변경을 하며 가장 큰 변화를 겪은 건 엔진이다. 2.4L였던 배기량이 1.3L 로 줄어든 것. 하지만 퍼포먼스에는 조금의 문제도 없다. 최고 출력 173마력, 최대 토크 27.6kg·m를 발휘하면서 2.4L 엔진의 성능과 큰 차이가 없다. 대신 눈에 띄는 건 연비다. 2.4L 엔진 때보다 복합 연비가 11%나 개선되며 성공 적인 엔진 다운사이징을 거쳤다.
#2 ‘이스터 에그’는 영화나 책, 비디오게임 등에 숨겨진 메시지나 기능을 말한다. 갑자기 웬 이스터 에그 이야기냐고? 레니게이드에 이스터 에그가 숨겨져 있기 때문이다. 세븐 슬롯 아이콘과 윌리스 MB 같은 이스터 에그가 도어 스피커 커버와 테일램프 앞뒤 유리창 등 곳곳에 숨겨져 있다. 이스터 에그는 레니게이드 오너만을 위한 확실한 이벤트다.
#3 레니게이드는 도심형 SUV를 내세우지만 곳곳에서 오프로더의 특징이 발견 된다. 실내에선 조수석 앞 대시보드에 달린 손잡이가 대표적인 예다. 오프로드 주행으로 차체 흔들림이 심했을 때 동승자는 손잡이를 잡아 몸을 고정할 수 있다. 참고로 지프 모델 중 조수석 앞에 손잡이가 있는 차는 랭글러와 글래디에이터, 레니게이드뿐이다.
#4 완전 변경, 부분 변경도 아닌 연식 변경이라 외모의 변화는 크지 않다. 하지만 눈을 사로잡은 것이 있다. 바로 휠이다. 최상위 트림인 리미티드 1.3 AWD에 는 18인치 알루미늄 휠이 들어가는데 검은색 유광으로 멋을 냈다. 덕분에 온 로드나 오프로드 주행에서 강인한 인상을 주기에 충분하고 풍기는 분위기도 묵직하다. 새로운 레니게이드에 딱 어울리는 신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