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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y First Ride Ⅰ


Friendly Wave
디자인을 전공하던 여대생이 서퍼의 길을 선택하는 데 필요한 건 단 한 번의 용기였다. 이제 그녀는 삶 전체를 서핑으로 물들일 준비를 하고 있다. 서핑으로 새로운 삶을 사는 김지나가 자신처럼 극적인 변화를 시도한 지프 컴패스와 함께 서핑의 성지 강원도 양양으로 향했다.





강원도 양양은 얼마 전까지만 해도 핫한 동네가 아니었다. 과거 철광이 있어 인구는 많았지만, 산업단지 유치나 교통 인프라 개발보다 주력 산업인 광업에 의존하는 바람에 폐광 이후 급격한 인구  소를 겪었다. 그러면서 양양의 존재감은 서서히 흐릿해졌다. 하지만 반전이 일어났다. 2017년 6월 30일 서울양양고속도로가 개통된 것. 그 덕분에 수도권 지역에서 접근성이 좋아졌고 속초와 강릉으로 몰리던 관광객들을 유치하며 휴양지로 자리 잡았다. 특히 양양은 수심이 낮고 평평한 편이라 파도가 높고, 물이 깊지 않아서 서핑을 즐기는 2030세대가 몰리면서 ‘한국 서핑의 성지’라는 애칭까지 붙었다. 





서핑은 바다의 파도를 이용한다는 특성 상 날씨의 영향을 많이 받아 운이 나쁘면 즐길 수 없는 상황이 발생한다. 기껏 강원도 양양까지 갔는데 서핑을 즐기지 못하는 사람들의 마음은 어떨까? 그래서 몇몇 서퍼들은 서핑을 너무 사랑한 나머지 삶의 터전을 양양으로 옮긴다. 그들은 파도가 좋은 날이면 해변에 나가 올라탈 파도를 기다린다. 김지나도 그들 중 하나 다. 그녀의 피부색만 봐도 얼마나 서핑에 빠져 사는지 짐작할 수 있다. 어느 평일 흐린 오후, 그녀가 부분 변경된 지프 컴패스를 타고 양양 남애해변에 나타났다. 컴패스의 지붕 위에는 기다란 서핑 보드가 뉘어 있었다.





“우리 여름휴가로 서핑 갈 건데 같이 갈래?”
몰랐죠, 이 질문 하나가 제 삶을 송두리째 바꿀 줄은.

컴패스에서 내린 김지나가 큰 걸음으로 먼저 다가와 큰 소리로 인사를 건넸다. 그 인사가 얼마나 활기차고 호방했는지 꿉꿉한 날씨 와 짜디 짠 바다로 눅눅해진 기분이 단번에 사라져버린 느낌이었다. 그녀는 인사를 한 후 사과의 말부터 꺼냈다. 무슨 일일까?

날씨가 흐려 오전에 하려던 영상 촬영이 조금 미뤄졌단다. 조금만 기다려 줄 수 있냐는 말이 끝나기도 전에 고개를 끄덕였다. 20~30 분이 지난 뒤 , 촬영을 마치고 그녀가 찾아왔다. 오자마자 잘 대답할 수 있는 질문만 해달라는 부탁에 잠시 웃음이 터지기도 했다. 인터뷰할 때 보통 인터뷰어가 인터뷰이의 꼭꼭 닫힌 마음의 문을 열어 대화를 이어 나가기 마련인데, 김지나는 오히려 반대다.

특별한 질문을 하지 않아도 서슴없이 자신의 이야기를 꺼냈다. 그녀가 처음 서핑을 접한 건 대학교 때 기말고사가 끝나고 과 동기들 과 떠난 여름 휴가지에서다. 당시까지 서핑은 외국에서 즐기는 스포츠란 인식이 강했지만, 국내에서도 서핑할 수 있는 곳이 생겨나 면서 많은 관심을 받았다. 그중 하나가 양양이다. 김지나의 첫 서핑 경험 역시 양양에서 이루어졌다. 양양은 그녀에게 서핑의 고향 같은 곳이다.





갈림길에서 고민이 많았죠. 그런데 둘 중 하나를 선택할 필요는 없었어요.
첫 키스의 추억이 날카롭듯 김지나에게 서핑도 그랬다. 서 있는 것 조차 힘들었지만, 그 과정에서 살면서 한 번도 경험한 적 없는 묘한 성취감을 느꼈다고 한다. 그때부터 김지나의 주말은 오롯이 양양행이었다. 여름이 되면 파도 위에서 거의 살다시피 했고, 겨울의 추운 날씨도 그녀를 막지 못했다. 오히려 겨울은 한산하고 파도가 커서 서핑을 즐기기에 더할 나위 없었다. 그녀의 대학 생활은 서핑을 알기 전과 후로 나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김지나는 대학 생 때 서핑하는 자신을 생각하면 지금도 그렇게 기분이 좋을 수가 없다고 한다. 아무런 걱정 없이 오직 파도 위에서 보드를 타는 자신만 생각한 순간들의 연속이었다. 그런 그녀도 결국 졸업이 다가 오고 취업해야 하는 상황에 맞닥뜨렸다. 그녀는 전공을 살려 한 디자인 회사에 들어갔다.

그때를 생각하며 김지나는 고개를 절레절 레 흔들었다. 그녀가 그토록 좋아하던 서핑을 즐기는 시간이 크게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1년을 일했지만, 여전히 파도는 그녀의 눈 속에서 요동쳤고, 날이 좋으면 자연스레 양양을 떠올렸다. 그래서 그녀는 과감히 사직서를 던지고 양양으로 향했다. 그 곳에 정착할 목적으로 말이다. 본격적인 서퍼의 삶이 시작된 것이다.





기왕 하는 거 제대로 해봐야죠.
이후로 김지나는 서핑에 인생을 바쳤다. 곧바로 해외로 눈을 돌렸다. 제대로 된 환경에서 서핑을 배우고 타고 싶다는 생각에 전 재산을 털어 호주로 떠났다. 호주의 서핑 아카데미에서 잘 갖춰진 교육을 받고, 명소라 불리는 곳들을 돌아다니며 서핑 보드를 탔다. 김지나처럼 무언가를 좋아한다고 해서(혹은 미쳐 있다고 해서) 모든 것을 포기하고 도전하는 건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도전이 아름다운 건 그 마지막에서 성공을 맞이했을 때다. 성공 없는 도전 은 결국 실패다. 하지만 김지나는 반문한다. 꼭 성공이 있어야 도전해야 하는 것이냐고. 도전의 과정에서 느끼는 행복감에 대해서는 왜 묻지 않느냐고. 성공과 실패는 누가 규정 짓는 것이냐고. 그녀도 호주로 떠났을 때 미래에 대한 걱정이 아예 없지는 않았다. 하지만 그녀의 시선은 미래가 아닌 지금, 남이 아닌 나에게 있었다.

호주에서 돌아와 잠시 양양에 있다 경기도 시흥으로 향했다. 2020년에 개장한 인공 서핑 파크인 웨이브파크에서 서핑 코치로 스카우트 제안을 받은 것이다.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직업으로 하면 불행하다고 하는데 김지나에겐 예외인 것 같다. 그녀는 지금이 가장 행복하다고 말했다. 이게 바로 진정한 덕업일치인가?


달리기만 잘한다고 해서 좋은 자동차일까요? 저에게 자동차는 케렌시아예요.
인터뷰 날 김지나는 시흥에서 양양까지 지프 컴패스를 타고 왔다. 그녀에게 새롭게 바뀐 컴패스에 관해 묻자 케렌시아(Querencia) 라고 대답했다. 우리에게 익숙하지 않은 이 단어는 스페인어로 ‘스트레스와 피로를 풀어 안정을 취할 수 있는 공간’이라는 뜻이다. 김지나는 자동차를 이동 수단으로만 생각하지 않는다. 자신이 쉴 수 있고 활용할 수 있는 또 하나의 공간이라 여긴다.

그렇다고 단순히 공간의 크기를 이야기하는 건 아니다. 김지나는 차 안에 있을 때의 그 평온함에 집중했다. 시트에 앉을 때 착좌감과 피부에서 느껴지는 가죽의 고급스러운 느낌, 확 트인 시야, 대시보드 높이가 주는 안정성 등이다. 그러면서 지프 컴패스에 높은 점수를 주고 싶다고 말했다.

또 넉넉한 트렁크 공간도 칭찬했다. 김지나의 경우 쉬는 날이면 어김없이 차에 서핑 장비를 챙겨 떠나는데 그 기간이 짧게는 하루, 길게는 일주일이 넘기도 한다. 그래서 트렁크 용량이 절대적으로 중요하다. 컴패스의 기본 용량은 770L. 2열 시트 를 접으면 1,693L까지 늘어나는데(SAE 기준), 동급 경쟁모델과 비교해봐도 월등한 수준이다. 덕분에 김지나는 이번 여행길에 ‘짐 칸 테트리스’를 할 필요가 없었다고 한다. 그리고 그녀는 짐칸 바닥을 두 단계로 조절할 수 있는 것도 칭찬했다. 김지나는 짐칸을 위로 올려 짐칸 바닥에 비밀 공간을 만들었는데, 이곳에 다른 짐과 섞여선 안되는 서핑 관련 장비를 넣을 수 있어 좋다고 이야기했다. 꽤나 마음에 들었나 보다.





서핑코치 이외에도 레진 아티스트로 활동하고 있다고 들었어요. 일종의 ‘부캐’ 같은데요. 꼭 온로드뿐 아니라 오프로드도 잘 달리는 컴패스를 연상시키기도 합니다.
그녀의 본캐 가 서핑 코치였다면 레진 아티스트는 부캐다. 재미있는 건 이 두 캐릭터 사이에 연관성이 있다는 점이다. 바로 파도다. 파도를 직접 타면서 즐기고 그 감성을 레진 아트로 표현한다. 레진 아티스트로서의 창의적인 작품이 자기 손에서 태어났을 때 감흥은 멋진 파도를 탔을 때의 짜릿함과 비슷하다고. 두 가지 중 하나만 선택해야 한다면 무엇을 고르겠냐는 질문에 김지나는 고개를 절레 절레 저으며 어느 것 하나도 놓칠 수 없다며 주먹을 불끈 쥐었다.

그렇게 그녀는 스위처의 삶을 희망했다. 그래서 그녀는 컴패스 가 마음에 든다고 했다. 도심형 SUV임에도 불구하고 오프로드까지 잘 달리는 기분이 제법이라고 이야기했다. 움직임은 자유로웠고 서스펜션은 울퉁불퉁한 노면에서 올라오는 충격을 잘 흡수했다며 컴패스의 오프로드 성능을 칭찬했다. 예상보다 그녀는 자동차 지식이 깊었다. 이유를 물으니 큰 장비를 가지고 다녀야 하는 서핑의 특성 상 차 없이 돌아다니기가 어려워 한국 뿐 아니라 호주에서도 여러 차를 많이 타봤다고 한다. 오프로드 주행 경험도 많다. 호주에서는 험지를 통과해야만 갈 수 있는 서핑 포인트들이 제법 많았던 것.

운전에 관해 이야기를 나누자 그녀가 양양과 관련 된 한 가지 자신하는 게 있다고 했다. 무엇이냐고 물으니 자신보 다 시흥과 양양 코스를 많이 달린 사람은 없을 것이라고 자부했다.


백발이 될 때까지 서핑하는 게 제 목표입니다.
서퍼 코치의 삶으로도 바쁠 텐데 ‘지나서프(JINASURF)’라는 개인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며 서핑에 도움이 되는 정보를 사람들과 공유하고 있다. 2016년에 처음 개설했으니 벌써 6년이라는 시간이 지났다. 김지나는 운영 기간에 비해 많은 콘텐츠를 올리지 못해 아쉽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래서 이번 여름, 개편을 단행할 계획이 다. 좀 더 서핑 채널에 걸맞은 콘텐츠와 깊이 있는 정보를 제공할 생각이라고 한다.

서핑이 삶의 한가운데를 관통하고 있는 김지나의 궁극적인 목표가 궁금해졌다. 그녀는 에피소드 하나를 들려줬다. 그녀가 국내에서 서핑을 시작했을 때, 서핑은 2030세대의 스포츠라는 생각이 짙었다고 한다. 주변 서퍼들의 나이 대를 봐도 그랬다. 하지만 그 생각이 무너지게 된 건 호주에 가서 서핑한 첫날 의 경험 때문이었다. 백발의 중장년 커플이 서핑 보드를 옆에 끼고 바닷가로 향하는 모습을 본 것. 그때 김지나는 그동안 서핑이 젊은 세대의 것이라는 편견에 휩싸였다는 걸 알고 적잖은 충격을 받았다고 한다.

그래서 한국으로 돌아왔을 때 마음에 새긴 건 모든 세대가 함께할 수 있는 서핑 문화를 만들자는 것이었다. 물론 혼자 시도하기엔 버겁다는 것을 그녀도 알고 있다. 그렇다고 해서 가만히 있을 것 같지도 않은 그녀다. 자신부터 시작해야 한다며, 그러기 위해서는 꼭 백발까지 서핑을 타야 한단다. 그녀는 과연 한국의 서핑 문화를 전 세대로 확대할 수 있을까? 그때까지 그녀의 꿈과 행보를 눈여겨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