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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y Jeep Story Ⅰ



Insight of Cars
편안하고 매력적인 공간을 만드는 것은 마법이다. 서로 대비되는 요소가 조화를 이루어야 하기 때문이다. 시트는 몸을 단단히 고정시키고, 동시에 피로를 풀어주는 안락함도 갖춰야 한다. 공조기는 터치스크린으로 단번에 조작할 수 있어야 하고, 디지털에 어색한 운전자를 위해 아날로그 버튼도 마련해야 한다. 새로운 것과 익숙한 것을 결합해 매력적인 경험을 선사하는 것은 실내 디자이너의 마법이다.



모든 것이 영감이 된다. 여행은 세상에 눈을 뜨게 하고, 음식은 오감을 자극한다. 처음 간 도시에서 보고 듣고 만지고 먹는 것들은 그 도시의 문화를 흡수하는 행위고, 삶을 풍요롭게 만드는 경험이다. 그리고 새로운 경험은 데이터처럼 마음속 깊이 저장되곤 한다.

우리는 영감을 발현해야 할 순간, 인생에 차곡차곡 쌓인 경험을 돌아보고 그중 적합한 것을 꺼내 쓰게 된다. 그것이 창작 활동의 시작일 것이다. 따라서 새로운 경험을 쌓는 여행은 창작자에게 매우 중요하다. 스텔란티스 인테리어 디자인 부사장 크리스 벤자민(Chris Benjamin)도 여행의 중요성을 언급했다. 특이한 점은 그는 여행 계획을 세우지 않는 것인데, 그건 새로운 것을 탐구하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아이디어를 얻기 때문이다. 아이디어는 번뜩이기도 하지
만 자연스럽게 자라나기도 한다. 자동차 실내는 운전자가 일상을 보내는 곳이다. 보고 만지며 생활하다 보면 무엇이 더 필요한지 경험으로 알게 된다.

자동차 실내는 디지털 기술 진화로 인해 나날이 
발전하는 영역이지만 중요한 건 얼마나 지낼 만 하냐는 것이다. 제 아무리 편안한 공간이라도 금세 지루해질 수 있고, 신기한 기능은 불편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 인테리어는 신선하고 매력적이며 오래보아도 질리지 않고, 또 편리해야 한다. 운전자의 행동 양식과 탑승객의 편의까지 고려해야 하기에 실내 디자인은 고민할 게 많다. 크리스 벤자민은 다양한 방법으로 빛과 색, 소재를 혼합해 새로운 디자인을 창조한다는 점에서 핵심 가치를 지키며 재창조를 이어온 Jeep 철학과 맥을 같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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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를 이용하는 사람들의 생활양식은 다양하다. 출퇴근이나 근거리 이동을 위해 도심에서 타는 사람들이 있는가 하면, 주말에 교외로 여행 가는 사람들도 있다. Jeep 고객처럼 캠핑과 모험을 즐기는 경우도 있겠다. 다양한 라이프스타일에 대응하는 것은 자동차 인테리어 설계에 매우 중요하다. 이와 같은 이유로 Jeep 인테리어에 대해선 단 하나의 특징을 꼽기 어렵다.

디자이너로서 크
리스 벤자민의 목표는 고객이 선택한 삶을 살아가는 데 자신감을 갖는 인테리어를 설계하는 것이다. 그는 Jeep는 개성 강한 브랜드이고, 고객이 차량의 개성을 만끽하도록 설계하는 게 디자이너의 역할이라고 덧붙였다. 크리스 벤자민에 의하면 Jeep 인테리어 디자인은 과거부터 차량의 종류와 용도에 따라 인테리어 설계를 달리했다고 한다. 예를 들면, 5세대 ‘All-New Grand Cherokee’는 이전 세대와 인테리어가 매우 다르다. 계기판은 더 넓고, 실내에 적용된 소재와 색상도 이전과는 전혀 다른 분위기다. Jeep를 대표하는 Wrangler와도 많은 차이를 보인다. 사람들의 생활양식이 다르듯 Jeep의 차량 내부는 각기 다른 형식으로 제작된다. 어떤 차는 투박함과 기능성이 돋보여야 하지만, ‘All-New Grand Cherokee’는 우아하고 고급스러워야 한다. 그래서 실내의 많은요소를 부각시켰다. 한눈에 봐도 다른 경쟁차들과 구별되는 요소가 매우 많다.

크리스 벤자민은 인테리어를 설계할 때, 아름다움
과 그 반대되는 단어에서 시작한다고 말했다. 대비되는 요소가 어우러질 때 아름다움이 완성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서로 반대되는 요소를 옆에 배치한다. 예를 들면 클러스터와 중앙 디스플레이는 광택이 흐르는 단단한 검은 유리로 마감하고 그 옆에는 수공예로 아름답게 꿰맨 부드럽고 둥근 가죽을 배치하는 식이다. 만일 모든 요소가 무광택이라면 어떤 요소도 눈에 띄지 않을 것이다. 흥미를 자극하는 건 아무것도 없을 것이다. 반대로 모든 요소가 광택이 흐르면 정신없을 것이다. 서로 다른 질감을 조합하는 것이 Jeep가 아름다움을 이끌어내는 방식이다. 수준 높은 품질은 좋은 재료와 뛰어난 기술의 조화로 이뤄진다. ‘All-New Grand Cherokee’ 실내를 고급스럽게 만드는 것은 좋은 재료를 시대에 맞게 요리한 덕분이다. 이전 세대도 고급스러웠지만 세월은 흘렀고 기술은 진화했다. 시대에 맞춰 실내 레이아웃을 재편해야 했다. ‘All-New Grand Cherokee’는 콘솔을 높은 위치에 그리고, 가파른 각도로 배치해 계기판과 연결되도록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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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이 높을수록 계기판 비율은 와이드해진다. 옛날 TV의 4:3 비율보다 극장의 2:1 비율이 더 역동적으로 보이는 것처럼 계기판 비율을 새롭게 바꿔 고급스러운 분위기를 연출했다. 넓고 얇아진 레이아웃을 받쳐주는 것은 부드럽게 가공한 호두나무 트림이다. 기계로 만든 듯한 반듯한 형태가 아닌 섬세한 곡선을 이루어 장인의 감각이 느껴진다. 정밀하게 제작된 크롬도 인상적이다. 송풍구 측면과 하단을 잇는 크롬 테두리는 시작과 끝의 두께를 달리해 마치 붓선 같다. 이렇듯 사람의 손길이 돋보이는 요소들이 인테리어를 고급스럽게 만든다. 

가죽 소재도 다르다. 이전 세대에는 부드럽기로 유명한 나파 가죽을 사용했다. 충분히 좋은 가죽이지만 이번에는 그보다 더 매끄러운 가죽이 필요했다. 손에 닿는 질감이 고급스러움을 대변하기 때문이다. ‘All-New Grand Cherokee’에선 새로 개발한 가죽 팔레르모를 적용했다. 나파 가죽 보다 훨씬 더 부드럽다. 가죽을 단단히 바느질하고, 명암을 주기 위해 어두운 부분에는 코냑 색상 실을 적용했다. 명암 대비 효과는 투펠로 색상의 가죽을 돋보이게 해 특별한 느낌을 선사한다. 


고급스러움을 완성하려면 실내에서 감각하는 모든 요소가 특별해야 한다. 청각 요소 즉, 음질도 중요하다. ‘All-New Grand Cherokee’는 미국의 상징적인 프리미엄 오디오 브랜드 매킨토시와 협업하고 최고의 자동차 오디오 시스템을 개발했다. 매킨토시와의 작업은 처음부터 완벽했다고 크리스 벤자민은 회고했다.

킨토시는 단지 소리만 조율한 게 아니었다. 계기판 스피커, 도어 스피커는 깔끔하고, 앰프는 블랙 글라스와 금속으로 마감해 실제 매킨토시 오디오 시스템을 완벽히 구현했다. 검정 유리와 금속에 느껴지는 청명한 감각은 아름답고 부드러운 바느질 등 인테리어의 수작업과 대비되는 요소로 아름다운 조화를 이룬다. 크리스 벤자민은 실내 모든 요소에 디테일을 추가한 것이 가장 만족스러운 점이라고 말했다.



기술의 진화는 사용자 경험의 변화로 이어진다. 큼직한 버튼과 다이얼 대신 커다란 디스플레이가 자리한 차들이 늘어나고 있다. 주행 중 화면을 몇 번씩 터치해가며 주행 보조 기능을 조작해야 하는 상황도 생긴다. 기술 변화를 ‘All-New Grand Cherokee’는 어떻게 대응하고 있을까. 크리스 벤자민이 답했다. 디자이너의 일은 무언가를 이전보다 더 새롭고 좋게 만드는 것이라고. 자동차에서는 더 많은 터치스크린이 등장하지만, 전통적인 버튼을 원하는 고객이 있다면서, ‘All-New Grand Cherokee’에서는 첨단 디지털 기술과 전통 제어 장치 간 균형을 맞추기 위해 노력했다고 한다. 주행 중 빠르게 무언가를 조작해야 할 때 누군가는 터치스크린이, 누군가는 버튼이 익숙할 것이다. ‘All-New Grand Cherokee’는 모두를 만족시키는 디자인을 시도했다. 예를 들면 HVAC 컨트롤은 원터치 방식이다. 터치스크린에서 열선 내장 시트, 열선 내장 스티어링, 온도 조작에 한 번에 접근하도록 설계했다. 메뉴를 펼치고 온도 조절 카테고리에 들어가는 복잡한 과정을 거칠 필요 없다. 크리스 벤자민은 현대적이고, 새롭고, 쉽고, 빠른 경험을 주는 무언가를 만드는 것은 꽤 어려웠다고 고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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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시장을 위해 준비한 게 있느냐는 질문도 했다. 농담 같은 질문이었지만 크리스 벤자민은 진지하게 대답했다. Jeep는 인테리어 설계 시 전 세계 탑승자를 고려해 디자인하고 있었다. 미국 시장에선 원하지만, 한국 시장에선 요구하지 않는 기능이 있을 수 있고, 한국 시장에 특화된 기능이 있을 수도 있다. 각 시장 전문가들은 고객이 어떤 기능을 필요로 하는지, 어떤 기능이 긍정적인 반응을 끌어낼지도 알려준다. 디자이너는 전문가들의 지식을 반영해 해당 시장이 요구하는 것들을 적용한다. 한국 시장의 경우에는 내비게이션에서 차이점을 발견할 수 있다. ‘All-New Grand Cherokee’의 T맵은 한국 시장을 위해 탑재된 것이다. 다른 시장과 달리 오직 한국 출시 모델에만 적용된 것으로, 한국 고객의 의견을 반영한 기능이다.

크리스 벤자민의 디자인 철학을 듣고 있으
면, 그의 진지함과 열정에 새삼 놀라게 된다. 자동차 디자인에 대한 그의 학구열은 어디서 비롯된 것인지 문득 궁금해졌다. 어려서 그는 자동차 디자이너라는 직업이 있는 줄 몰랐다고 한다. 어린 시절의 그는 자동차와 예술을 사랑한 아이였고, 그 두 가지를 결합한 무언가를 만들고 싶다는 막연한 생각을 갖고 있었다. 시간이 지나 보니 그건 자동차 디자인이었고, 현재 인테리어 디자인 책임자가 되었다. 크리스 벤자민은 자동차 디자이너를 꿈꾸는 학생들을 위한 조언도 전했다. 다른 사람들보다 더 잘해야 한다고. 힘들겠지만 예술에 헌신해야 한다는 것이다. 항상 창의적이고 틀에서 벗어난 생각을 하며, 다른 사람이 하지 않을 것을 시도해야 한다. 왜냐하면 디자이너는 혁신가이자 마케 티어고, 제품 기획자이기 때문이다. 고객의 요구를 예측하고 그에 걸맞은 무언가를 만드는 것이 바로 디자이너의 일이라고 설명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