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험'이라는 명분으로 시작하는 여행이었다. 그러기 위해선 가장 혹독한 겨울을 맛볼 수 있는 곳이어야 했다. Wrangler의 모험 도전장을 받게 된 장소는 다름 아닌 강원도 인제. '인제가면 언제 오나'라는 상여소리가 이곳으로 배치받은 군인들의 한탄으로 대신했을 만큼, 인제는 험준한 산세와 매서운 겨울 추위의 대명사다. 누군가 빛의 존재를 제대로 알려면 어둠 속으로 들어가라 했듯, Wrangler의 존재를 증명하기 위해 강원도의 깊은 산중 '인제'로 들어가는 일은 여행보다 숙명에 가까웠다.
이른 새벽, 남양주 톨게이트를 지나 서울양양고속도로에 올라 속력을 높였다. 주행 조건에 따라 2륜 구동에서 4륜 구동으로 자동 전환하는 Wrangler의 풀타임 모드로, 온로드에서도 매끄럽게 박차고 나간다. 성능과 연비까지 동시에 갖춘 2.0L 터보 엔진음에 차체를 타고 흐르는 거센 바람 소리까지 더하니, 모험을 위한 서곡처럼 비장하게 느껴졌다. 춘천을 통과할 즈음엔 갑자기 빗방을이 흩날리고 하늘이 점점 인상을 쓰기 시작한다. 오호라, 하늘도 Wrangler의 기운을 읽은 게로구나.
인제군으로 접어드니, 제법 빗방울이 굵어졌다. 출발부터 마음을 단단히 동여매고 온 터라 사실 날씨쯤은 안중에도 없었다. 강원도 인제군은 태백산맥 자락을 타고 내륙에 위치하고 있어, 굽이굽이 산자락 사이로 계곡투성이다. 또 동해 바다에서 몰려온 바닷바람이 설악산을 타고 올라, 인제 계곡 바람과 만나는 통에 인제표 겨울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게다가 완전한 내륙에 자리하고 있어 물과는 거리가 있어 보이지만, 내린천과 소양강 줄기가 꺾어 나가는지라 산과 물이 두루 조화를 이루는 곳이기도 하다. 그래서 인제를 하늘이 내린 천혜의 고장이라는 의미로, '하늘내린 인제'로 부르는가 보다.
다시 가늘어진 빗방울을 맞으며 고사리 피아시 계곡 방향의 사잇길로 접어들었다. 거친 기운의 길이 구불구불 이어지고, 가끔씩 고르지 못한 길도 나왔지만 재빠른 기동성으로 Wrangler의 주행은 흔들림이 없었다. 땅 위에 수없이 많은 길이 있지만, 어떤 차에 몸을 싣고 있느냐에 따라 그 길은 달라지게 마련이다. 험난한 길도 유연하고 부드럽게 넘겨버리는 Wrangler의 여유 덕에 핸들을 쥔 손도 든든했다. 경사진 길을 무난하게 오르긴 했으나, 오르막 중턱부터 공사 중이라 더이상 진입이 불가했다. 아쉬운 마음으로 차를 돌리려니, 눈비가 약간 섞여 내리기 시작했고 거센 바람도 한 겹을 더했다. 곧이어 놀랍게도 하늘이 갈라지며 눈부신 햇빛이 쏟아져 내렸다. 세상에, 눈과 비, 바람, 그리고 벌어진 하늘 틈에서 쏟아져 내리는 햇살까지 급기야 모험 종합 세트를 만난 것이다. 천지개벽의 느낌이랄까.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더니, 하늘은 모험 찾는 자에게 모험을 던져주는구나 싶었다.
이 비현실적인 날씨는 우리가 달리는 길 위에 군데군데 물웅덩이를 만들고 비포장길은 아예 진흙 반죽길로 변신시켰다. 75년의 연륜으로 다져진 4륜 구동의 Wrangler는 물러섬 없이 달리고 또 달렸다. 이미 가장 험난하고 거친 지형에서 테스트를 거쳐 오프로드의 훈장 ‘트레일 레이티드(Trail Rated)’ 배지를 단 녀석이 아니던가. 일반 탈것으로는 어림도 없는 진흙탕길을 고고하게 읽어냈고, Jeep 고유의 높은 지상고 덕분에 갈대로 가려진 곳까지 수월하게 굽어볼 수 있었다. 진흙을 박차고 나갈 때의 짜릿함은 차라리 전율에 가까웠다. 코를 치켜들며 약간 자만할 즈음, 크고 작은 돌과 바위와 함께 자갈길까지 눈앞에 등장한다. 다시 Wrangler의 숨을 고르고, Rubicon만의 오프로드 핵심기능 ‘스웨이 바(SWAY BAR)’를 분리해 서스펜션 기능을 높였다. 꿀렁꿀렁 돌 위를 잘도 타고 오른다. 스웨이 바의 스웩이라니 완벽한 리듬감이다. 아, 인제의 모험이 자못 흥미진진해진다.
제법 강도 있는 코스를 빠져나오니 시장기가 훅 밀려왔다. 인제의 대표 먹거리로 유명한 황태와 두부를 선택했다. 지형과 위치 덕분에 독특한 바람과 큰 일교차를 지녀, 바람으로 맛있는 황태를 말리고 기온 차이로 콩의 단백질을 높인단다. 김이 모락모락 오르는 두부 전골이 나오자, 뜨끈한 국물부터 한 숟가락 원샷을 감행한다. 식도를 타고 내리면서 온몸을 순식간에 녹여준다. 고소하고 부드러운 두부맛은 마치 모험을 즐긴 자들에게 인제가 하사하는 특별식 같았다. 매콤한 짜박두부는 목과 식도를 강하게 후려치는 알싸함으로 연신 물을 들이켜야 했지만, 입안의 혀도 나름 모험을 치뤄낸 기분이었다. 또 뽀얗게 우러난 황태국에 밥 한 공기를 말고 황태구이 한쪽을 얹으니, 이 또한 인제의 맛이로구나.
다시 인제 어드벤처 길에 올랐다. 비와 눈은 약간 소강 상태였지만 하늘의 절반은 먹구름이고 절반은 햇빛이다. 문득 고개를 돌리니, 무지개 하나가 산자락의 소나무를 배경으로 두둥실 떠올랐다. 하늘조차 Wrangler를 인정하기 시작한 걸까? 변화무쌍한 날씨만으로도 모험은 이미 충분하겠으나, 아직 Wrangler는 성에 차지 않았다. 국도를 따라 달리는 풍경 속에 거대한 설산 봉우리가 눈에 잡혔다. 설악산이었다. 봉우리를 하얗게 덮은 것으로도 눈의 기운이 감지됐고, 이내 한계령으로 내달렸다. 깊은 산길이 그렇듯, 코너링이 심한 오르막길이었다. 산중인데다 먹구름으로 가려진 한계령 길은 평소보다 심하게 어두웠다. 주변은 안개에 휩싸이고 습한 기운이 대기 중에 가득했다. LED 헤드램프와 안개등이 우아하게 각을 틀어 길을 비춘다. 어느 순간 깎아지른 듯한 급회전 구간을 돌고 나니 겨울왕국을 방불케하는 하얀 눈세상이다. 사방의 나무들은 온통 눈꽃을 피우고 Wrangler 위로도 하얀 눈이 쉴 새 없이 펑펑 내린다. 갑작스럽게 내린 눈에 주변 차들은 아우성이지만, Jeep 가문의 Wrangler군은 끄떡없다. 악천후 속에서도 4x4 시스템으로 여러 주행 조건을 발빠르게 처리하고 끝내주는 접지력으로 눈길까지 평정한다.
한계령 휴게소에서 잠깐 설경을 감상하며 커피 한 잔의 여유를 즐겼다. 이보다 더 극적인 모험이 있을까. 그저 혹독한 겨울을 경험하고 거친 길 위를 넘나드는 드라이빙 정도만 생각했던 겨울 모험 여행이었는데, 인제가 허락해 준 파란만장 모험 코스를 돌며 Wrangler의 성능을 제대로 맛보는 시간이 되었다.
스티브 도나휴의 ‘사막을 건너는 여섯 가지 방법’을 빌자면, 모래에 갇혔을 때 타이어 공기를 빼 차의 높이를 낮추라 했다. 그래야 모래 위로 안전하게 올라설 수 있음을 강조했다. 인제에서의 모험 여행을 마치고 나니, 과감하게 그에게 얘기할 수 있겠다. 사막을 건너든 눈길을 헤치든 진흙탕을 지나든, 오직 All New Wrangler Rubicon이 답이라고. 끝으로 Wrangler의 모험 도전장을 흔쾌히 받아준 인제에게 감사를 전하며, 더없이 뜨거운 겨울의 순간을 기억에 묻었다. 인제야, 다음 겨울도 Wrangler의 모험을 부탁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