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속 시간이 다 될 무렵, 저멀리 블랙 Jeep 한 대가 달려온다. 뭔가 예사롭지 기운이 뿜어진다. 점점 또렷한 윤곽을 드러내며 멈춰섰을 때, 모두 입이 떡 벌어졌다. 같은 Wrangler라도 오너들의 개성에 따라 천차만별의 모습이란 건 익히 알고 있으나, 박성환표 Wrangler는 완전히 판이 달랐다.
시크한 블랙 컬러에 살짝 가미된 레드 라인은 히어로물에서 봄직한 포스였다. 아니나다를까. ‘슈퍼히어로 브루스 웨인이 Jeep를 탄다면 어땠을까?’라는 그만의 호기심과 상상력으로 만들어낸 결과물이었다. 그 덕에 25년 동안 광고계에서 스토리보드 아티스트로 몸담고 있는 박성환은, 일명 ‘그림쟁이’라는 닉네임으로 Jeep 마니아들에게 꽤 알려진 인물이기도 하다.
“2010년 한국타이어 광고를 담당하면서 ‘오지를 가다, 내가 가는 곳이 길이다’라는 콘셉트로 진행했었어요. 그때 어떤 차를 등장시킬까 고민하다가 Jeep를 선택하게 된 거죠. 미국 현지 로케에서 Jeep를 섭외해 배우 장동건 씨와 광고를 완성했구요.
근데 이 광고가 방송되면서 타이어는 온데간데없고 오직 ‘Jeep’에 시청자들의 관심이 쏠리는 상황이 됐어요. 저 차가 뭐야, 정확히 어떤 차냐, 끝도 없이 질문이 이어졌어요. 그리고 1년 후 저도 Jeep를 타고 있더라고요. 주변에서 잘 어울린다고 하니 저도 덥석 받아들인 거죠. 어찌됐든 광고 덕에 Jeep와의 인연이 시작되었고, 광고 속에 등장했던 모양새로 꾸미기 시작한 거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