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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y First Ride 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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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y First RID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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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 하루키는 아이슬란드의 아름다움을
사진 프레임에 도저히 담을 수 없는
벅찬 풍경이라고 했다.

또 너른 대지와영원에 가닿을 듯한 정적과,
깊은 바다 내음과지표면을 휩쓰는 바람과,

그곳에 흐르는 독특한 시간성이
한데 어우러진 풍경이라고도 했다.

우리네 서푼짜리 욕심으로 카메라에 담을 수 있는 것은
고작해야 찰나겠지만, 여기 영겁의 시간 단위로

자연과 풍경을 담는 이가 있다.

타임랩스 포토그래퍼 박정원.

오지 탐험에 최적화된 Cherokee Trailhawk와 함께
그의 시간 사냥 현장에 동참해 봤다.






박정원 I 타임랩스 포토그래퍼
자연을 누비며 사계를 담는 영상작업과
부시크래프트를 즐기는 바이커

 


Touch Wild Life​   


타임캡슐은 물건을 담아 땅속에 묻는 유형의 기록이다.

반면 타임랩스는 카메라를 통해 눈에는 보이나

손에 잡히지 않는 무형의 흔적을 기록하는 일이다.

험로에 제격인 Cherokee Trailhawk를 타고

타임랩스와 서바이벌을 즐기는 박정원을 만나보자.

 

‘박정원’이라는 사람은 한눈에 봐도 범상치 않았다. 수색대 출신답게 온몸에 날렵함이 배어 있고 두툼한 손끝은 여무져 빈틈이 없어 보였다. 게다가 밤새 그가 머물렀던 공간에는 Cherokee Trailhawk와 직접 만든 티피 하나가 전부였다.

단검을 쥐고 재빠르게 관솔과 페더 스틱을 깎아내고 파이어스틸로 불똥을 튀겨 금세 불을 만든다. 작은 주전자를 올리고 원두를 갈고 커피를 내려 마시는 일사불란함에 살짝 넋을 빼앗기는 느낌이 들었다. 차만 빼고 본다면 영화캐스트 어웨이의 한 장면을 보는 듯한 착각이 들 정도였다.

흐트러짐 하나 없이 질서 있게 이 모든 걸 해내는 박정원은 이미 자연과 한 편이 된 지 오래고, 오지에서 잔뼈가 굵은 사람이었다. 이 모든 것의 시작은 바로 타임랩스Timelapse였다. 문자 그대로 타임랩스는 시간의 간격을 촘촘히 모아 바람의 움직임이나 구름의 흐름, 태양이 만드는 낮과 밤을 고스란히 영상으로 표현하는 작업이다. 요즘이야 스마트폰 카메라 버튼 하나로 타임랩스를 촬영하는 세상이지만, 박정원의 타임랩스는 차원이 다르다. 한땀 한땀 시간을 수놓는 정성 덕에 그의 영상에는 범접할 수 없는 무게감까지 담겨 있다.

 



“타임랩스라는 분야가 사실 사진과 영상의 사이에 걸쳐 있는 작업이에요. 고등학교 때 사진부 활동을 하면서 필름 카메라를 써왔던지라 더 자연스럽게 이어졌던 거죠. 제가 관심을 갖고 타임랩스를 시작할 당시 국내에서는 타임랩스 자체가 생소한 개념인 데다가, ‘슬라이더라는 장비 자체가 아예 없었죠.

이것저것 만드는 걸 좋아하기도 하고 또 전공이 컴퓨터 공학이라, 아두이노Arduino라는 걸 이용해 프로그래밍해서 자가 슬라이더를 직접 만들어 썼어요. 타임랩스 영상에 움직임을 더하면 훨씬 입체감도 느껴지고 다이내믹해 보이거든요. 어찌 보면 시간을 담는다는 것은 추상적이지만, 타임랩스는 시간을 가장 느리게 담아서 아주 빠르게 보여주는 것이고 결국 시간의 흐름을 시각화해서 하나의 이미지로 볼 수 있게 만드는 작업이라고 생각해요.”

 


목마른 사람이 우물을 판다고, 박정원은 없는 장비까지 손수 만들어 타임랩스 시장을 개척한 의지의 사나이다. 그의 인생 프로필을 거슬러 올라가니, 부사관이라는 타이틀로 7년간 직업군인 신분으로 지냈는가 하면, 캐나다 스노보드 강사 자격증 카시CASI를 딴 후 강사로 활동하기도 했다.

틈틈이 전공을 살려 웹디자인과 서버 관리까지 겸했고, 강사 일과 함께 사진과 영상을 함께 만들어 주면서 점점 확고한 모양새로 만나게 된 것이 타임랩스였다. 본격적인 영상 전문가로 프리랜서 작업을 하고 있는 그는, 서서히 새로운 것에 또 눈을 뜨기 시작했다고 했다.​

 

 

“저는 주로 자연 속에서 사진과 영상을 작업하는 시간이 많아요실제로 가장 아름다운 시간대가 해가 뜨거나 해가 지는 아침저녁 시간이거든요그 순간을 제대로 담으려면 산에서 그만큼 머물러야 하고 타이밍을 맞춰야 하니백패킹을 하게 됐고 어느 순간 그걸 즐기고 있더라고요또 백패킹을 즐기다 보니 짐을 쌀 때도 최소한으로 가져가게 되고 노지나 오지에서도 생존하는 법을 터득하고 배우면서 부시크래프트로 버틸 수 있게 됐네요

힘들고 불편하지 않냐고들 하지만백패킹이란 게 불편함을 감수하고 즐기는 일이고 필요한 건 직접 만들어 쓰면 되니까 전 딱히 불편한 것도 없더라고요덕분에 목공도 배우고 가죽으로 커스터마이징도 하게 됐고요조만간 용접을 배울까 하는 중입니다.(웃음)”



어쩌면 박정원에게는 자연이 숙명이었는지도 모른다고운 얼굴 내보이다가도 천연덕스럽게 거친 속살을 보이는 자연은​ 허투루 곁을 내는 법이 없거늘뭇사람들이 눈으로 관찰하기 힘든 숨겨진 비경은 그를 부르고그 부름에 또 그는 오지를 찾아가 응답하고주거니 받거니 하다가 마침내 같은 편이 된 것을 보면 말이다.

더불어 박정원이 향유하는 타임랩스와 백패킹부시크래프트는 뫼비우스의 띠처럼 하나의 구조를 이룬다또 이는 Cherokee Trailhawk 4x4 시스템과도 일맥상통한다군용차 평가 기관에서 부여하는 트레일 레이티드Trail Rated 배지를 단 Cherokee Trailhawk는 바위와 웅덩이자갈 등 가장 험난한 자연의 테스트 코스를 당당하게 정복했으니박정원과 Cherokee Trailhawk도 동격인 것이 아닐까.



“제 운전 구력은 어느새 25년이 되어갑니다몸 하나 비집고 들어갈 틈도 없는 극강의 오지를 다니는 편이라 그런지 일에서 자동차가 차지하는 비율은 높진 않아요대신 디자인을 중요시 생각하는데개인적으로 박스카 형태의 차를 좋아해요그래서 평소 Renegade를 아주 눈여겨보고 있었죠. (웃음이번에 처음 경험해 본 Jeep 4륜 구동은 정말 소문대로 좋더군요
Cherokee Trailhawk는 진흙길도 거침없이 달리고가속이 붙고 나니 주행감도 일반 차와는 확실히 달랐습니다소음도 감성이라고 여겨 그런지 고속에서의 풍절음까지 즐겼네요또 타임랩스라는 작업은 정적으로 진행되다 보니대부분 혼자 오지를 두루 다니는 편인데이번에 함께 한 Cherokee Trailhawk는 왠지 모를 신뢰감 때문에 마음까지 든든하더라고요듬직한 친구와 함께 하는 듯한 느낌이었습니다.”



타임랩스를 근사하게 담아보고 싶은 요량으로 고수의 팁을 알려달라는 주문에같은 하늘 아래 똑같은 것은 없다 했으니같은 자연 아래 똑같은 풍경은 없다는 것이 박정원의 답이다맑은 날이라도 구름의 속도가 다를 수 있고바람이 불어도 방향이 다를 수 있기 때문에 어떤 수치를 기록해서 그 고정 값에 맞춰 절대 찍을 수 없단다그만큼 변수가 너무 많은 작업이라 스스로 경험치를 많이 쌓는 것이 좋은 결과물을 만드는 지름길이라고 하니섬세하고 꼼꼼한 그의 작품에 고개가 끄덕여진다.



“지금은 사진과 영상을 업으로 삼고 있지만취미로 남겨두고 싶기도 해요대신 만드는 걸 좋아하니까 지금 취미로 하는 우드 크래프트나 부시그릴을 위한 용접을 더 깊이 파고들고 싶어요그래서 언젠가 제 공방을 갖는 게 꿈입니다. 4월에 태어나 제 이름에 4월을 붙여에이프릴 가든이라는 이름으로 말이죠.”

문득 자연이 왜 위대하다고 하는지 알 것 같았다사람이든 Cherokee Trailhawk든 거친 자연의 품 속으로 한발 더 들인다 해도자연은 그저 말없이 자리를 내어주고 품는다또 자연의 일부였던 죽은 나무로 딱 견딜 수 있을 만큼의 온기까지 나눠준다스스로 상생과 공존을 실천하면서 말이다타임랩스 포토그래퍼 박정원은 그에 대한 보답으로 자연이 변화하는 모습을 초 단위로 모아 진공 상태의 타임랩스로 담는다진정 아름다운 찰나와 영겁의 기록일지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