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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y First RID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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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수래공수거 空手來手空去,
누구나 빈 손으로 왔다가 빈손으로 돌아간다는
인생의 무상함을 뜻하는 말이다.
누구나 고개를 끄덕이며 수긍하는 말이긴 하나,
'욕심'의 힘은 도무지 당해낼 재간이 없다.
'캠핑'이란 두 글자가 야외에서 먹고 노는
흔한 놀이로 변질된 것만 봐도 그렇다.
이런 욕심을 과감하게 털어버리고
'공수래공수거'의 철학을 실천하는 이들이 있으니
바로 솔로 캠퍼와 백패커들이다.
자연의 품에안기되,
철저하게 원초적으로 치뤄내는 모험으로
일관하는 것이 그들만의 룰이다.
텐트 대신 해먹으로 색다른 비박의 세계를 전도하는
루엣비든의 해먹 디자이너 최신엽에게그 룰을 배워보자.
최신엽 I 일러스트레이터·디자이너
아웃도어 브랜드 루엣비든의 디자인 실장.
각종 매거진의 일러스트레이터 활동
Micro Adventures
어떤 모험도 무게와 부피가 중요치 않다.
그저 용기와 상상력이라는 그림자만
따라붙으면 된다. 밤낮으로 작은 불빛 하나면
언제든 그림자와 함께 설레는 모험에 기댈 수 있다.
Jeep Wrangler와 해먹 하나면 전세계를 누비고도 남을
해먹 디자이너 최신엽과 함께 Wrangler 유랑을 떠나보자.
‘마이크로 어드벤처Micro Adventure’라는 단어를 처음 봤을 때, 신선한 충격이었다. 작은 거인, 소리 없는 아우성만큼 반어적 기질이 느껴졌다. 마이크로 어드벤처는 일상 속에서 즐기는 소소한 모험을 이르는 말로, 내셔널 지오그래픽에서 ‘올해의 모험가’로 선정된 엘러스테어 험프리스 작가의 책제목이기도 하다. 그는 험한 명산을 등반하거나 극한 오지를 탐험하는 대신 집 문 밖으로 한 발짝 내딛는 순간부터 만나는 작고 작은 모험들을 추천하는 진짜 모험가다.
아웃도어 브랜드 ‘루엣비든’에서 디자인을 담당하는 최신엽도, ‘해먹hammock’이라는 익숙하고도 낯선 장비로 이미 마이크로 어드벤처를 실천 중이다. 또 그 실천의 중심은 ‘해먹과 Wrangler’라고 강하게 어필하니 그 이유가 궁금해졌다.
제 일상을 보상받기 위해 캠퍼가 됐어요.
그림을 전공한 최신엽은 화실에서 그림을 그리는 시간이 많았고 체질상 답답함을 많이 느꼈다. 그래서 일하는 시간을 뺀 나머지 시간은 최대한 부지런히 돌아다니기 위해 시작한 것이 여행이었고, 캠퍼의 삶으로 보상받기 시작했다.
5- 6년의 캠핑 경력이 쌓여갈 무렵, 캠핑이 슬슬 몸을 고단하고 피로케 했단다. 그러다 우연히 누군가의 해먹에 잠깐 몸을 태우고 난 뒤 푹 빠지게 되었다고 첫경험을 고백한다. 그때부터 경량 캠핑으로 갈아탄 그는 해먹 마니아가 되었고, 그 인연으로 지금 몸담고 있는 루엣비든과 만나 스타일리시한 순토종 국산 브랜드의 해먹을 직접 디자인하게 되었다.
해먹의 세계 또한 파고들면 엄청난 세상인지라, 멋모르고 외국산으로 시작했다가 낭패를 보고 동양인 체형에 알맞은 경량 해먹과 개성 있는 해먹 제작에 올인 중이다.
최신엽이 자랑하는 해먹은 솔로 캠핑에 가장 특화된 방식으로, 세상에서 가장 쉽게 잘 곳을 만들었다가 가장 빠르게 해체할 수 있는 방식이라고 강조했다.
어쩐지 허공에 매달려 잠을 청하는 일은 너무 불안하고 죽었다 깨어나도 못할 듯하지만, 단 한 번이라도 해먹은 경험이 매우 중요하단다. 그도 그럴 것이 해먹은 태초에 적을 둔 엄마 뱃속처럼 아늑하고 절대적 안정감을 맛볼 수 있는 구조다. 게다가 양끝에서 당겨주는 힘 덕분에 공중에 사뿐히 들어올려진 채 우주의 무중력 순간을 맞이하게 된다.
아, 이보다 더 좋을 순 없겠구나 싶다. 그 역시 2년간의 불면증으로 누구보다 잠이 고팠고, 해먹에서 단 한 시간의 낮잠을 기점으로 불면을 탈출했다고 한다. 이쯤하면 해먹 예찬론자가 되어도 하나도 이상할 것이 없다.
아웃도어의 찰떡 궁합, 바로 Jeep와 해먹입니다.
Jeep와의 인연은 우연히 참석한 Jeep 행사에서 시작됐고, 현재 그는 Jeep Tribe 2기로 활동할만큼 Jeep에 대한 애착이 대단하다.
솔로 캠핑이나 비박을 즐기다 보면 외진 곳이거나 오지일 경우가 다반사인데, Jeep와 함께라면 불필요한 걱정을 단번에 해결할 수 있기 때문이다. 언제든 떠나고 싶을 때 망설임없이 길을 나설 수 있다는 점에서, Jeep와 해먹은 최고의 조합이 된다. 게다가 해먹을 치기 위해선 주변에 나무처럼 기둥 역할을 해줄 것이 반드시 필요하다.
이럴 때 Jeep의 하드탑이나 소프트탑을 탈거하면, 차체 프레임이 그 역할을 대신한다. Jeep와 나무 한 그루만 있어도 또 하룻밤을 자연에 신세질 수 있는 기회를 얻을 수 있으니, 이 또한 신나지 아니한가. 가끔은 함께 뭉친 솔로 캠퍼들이 최대 5- 6명까지 Jeep 한 대로 해먹 트리를 만들어 잘 수도 있다니, 이쯤하면 Jeep와 해먹의 찰떡 궁합 인정!
자신의 최고 무기로 Jeep와 해먹을 꼽는 최신엽은 여행도 색다르게 하는 편이다. 그의 인스타그램은 하루가 멀다하고 놀고 즐기는 사진이 가득하다. 자칫 팔자 좋은 사람으로 오해하기 쉽지만, 이는 그의 여행 철학이 담겨있기 때문이다.
액티비티를 즐기는 그는 콘셉트가 있는 여행을 좋아해, 항상 목표를 두어 찾아가는 장소마다 무언가 배우거나 습득한다. 이를테면 바닷가 여행을 갈 경우 프리다이빙을 배우는 식이다. 인터뷰 이후에도 카약 도전의 일정이 기다리고 있단다. 또 해먹 하나로 평일 밤에도 동네 뒷산에서 비박을 하거나 짬나는 오후에 낮잠으로 짧은 휴식을 갖는다 하니, 험프리스의 마이크로 어드벤처와 완벽하게 맞아떨어진다.
거창한 계획으로 아무것도 하지 못하는 것과, 일상 속에서 소소한 작은 모험을 쉴 새 없이 감행하는 것은 분명 모험의 속도가 다를 것이다. 후자를 선택한 최신엽은 그래서 지금 질주 중이다.
비박을 하는 이들에게 고함.
알고보니 비박은 한자도 아니고 한글도 아니다. 프랑스어로 비브아크bivouac, 독일어로 비바크biwak라 하며 ‘야영’이란 뜻이다.
즉, 텐트 없이 주변의 지형지물을 이용해 하룻밤을 자는 것을 의미한다. 엄밀히 비박이나 솔로 캠핑, 백패킹은 자연의 품에서 잠깐 삶을 그어가는 시간인 셈이다. 그래서 그는 최소한의 짐을 싸라고 권한다. 일회용품은 최소화하고 반조리된 음식을 준비해 데워서 먹거나 고깃덩어리로 간단하게 해결하라고 부탁한다.
또 나무는 주변의 떨어진 가지나 죽은 나무를 활용하고 돌아올 땐 주변을 깨끗이 정리하고, 쓰레기도 챙겨올 것을 강조한다. 마이크로 어드벤처의 실천가로, 해먹 디자이너로, Jeep 마니아로, 최신엽은 오늘도 작고 작은 일상의 모험을 찾아 떠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