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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y First Ride
히스로 공항에서 보낸 시간을 서술한
알랭 드 보통(Alain de Botton)의
‘공항에서 일주일을(A Week at the Airport)’을
읽는
내내 시종일관 부러웠다.
공항 한편에 책상과 의자,
노트북을 놓고 지내면서,
공항 직원들과 매일
안부를 나누고 구석구석을 누비니
얼마나 색다른 경험이었을까.
책을 읽는 내내 대리 만족으로
황홀하기까지
했다.
이에 버금가는 꿈의 직업
‘승무원’의
자리를 과감하게 던져버리고
전업 유튜버로 출사표를 던진 이가 있으니,
캠퍼 심민정이 그 주인공이다.
모험과 도전에 둘째가라면 서러울 그녀가,
캠핑용 차로 가장 힙한 픽업트럭
Gladiator와 함께 오프로드
체험길에 올랐다.

심민정 I 인플루언서
10년 간의 승무원 생활을 접고
유튜브 캠핑 채널 <밍동> 운영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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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ve Second Lif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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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튜버이자 캠퍼인 심민정은
닉네임 ‘밍동’으로 더
유명하다.
여기에 브로맨스를 자랑하는
그녀의 반려견 ‘딩동’까지
합세해
두터운 팬층을 만들어 가고 있다.
밍동과 딩동, 그리고
Gladiator가
펼치는 캠핑 여행, 함께 따라가 보자.
어쩌다 보니’, 우리가 살면서 의외로 자주 쓰는 관용구다. 어떤 상황에 대해 딱히 한 마디로 되짚어 표현할 수 없거나 뭐라 딱 꼬집어 얘기할 수 없을 때 버릇처럼 나오는
말이다. 승무원에서 새내기 인플루언서로 제2의 인생을 시작한
심민정도 주변에서 이런 질문을 받으면 ‘어쩌다 보니...’의
말로 멋쩍게 웃곤 한다. 그러나 ‘어쩌다 보니’라는 속내는 사실 A4 용지 한 장을 가득 채울 만큼 많은 말이 담겨
있다.
요즘 같은 때에 한 직장에서 10년을 채우는 일이
어디 그리 쉽단 말인가. 끈기와 인내심은 물론이고, 하는
일 자체를 즐기지 않고는 힘든 일이다. 하지만 고인 물과 구르지 않는 돌의 이론처럼, 그녀는 스스로 움직여야 할 때임을 깨달았다. 그 정점에 이른 것은
다름 아닌 세상을 불편하게 만든 코로나 때문이었다. 직접적인 영향을 받고 있는 업종이기도 했고, 쉬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취미처럼 재미 삼아 유튜브를 시작했다.
그동안
무수히 다녔던 여행의 기록들을 정리해 올리기도 하고 평소 열망하던 캠핑도 다녔다. 이 별것 아닌 출발이
그녀의 인생에 이다지도 큰 파장을 일으킬 줄은 꿈에도 몰랐다. 비행기를 타고 무수히 날아다녔던 하늘
대신 SUV를 타고 땅을 달리는 모험을 시작한 심민정, ‘어쩌다
보니’ 뒤에 이어지는 그녀의 긴 사연이 궁금해 재촉해 봤다.
Q. 1인 방송의 급증으로 유튜브를 비롯한 영상 관련 시장이 레드오션에 접어들었다. 이 분야로 도전이 쉽지 않았을 듯한데, 인플루언서 선언 후 근황은 어떤가요?
A. 막상 퇴사를 하고 직장인이 아닌 백수의 시선으로 세상을 보니 당황스럽더라고요. 사실 많은 분들이 꿈꾸는 승무원이 학창 시절 제게도 꿈이었어요. 승무원을 목표로 공부했던 사촌언니 덕분에 일찌감치 알게 됐고, 제 입시에도 영향을 줬죠. 오직 승무원을 목표로 항공운항과에 진학했고 졸업 후 지금까지 쉬지 않고 일했네요. 근데 그 10년이란 시간이 아주 귀한 시간이더라고요.
직업 성격상 비행할 때마다 새로운 사람을 만나고, 또 매번 새로운 상황을 접하다 보니 두려움이란 게 없어졌어요. 원래 조용했던 성격까지 바뀌었고요, 그래서 더 과감하게 그만둘 결정을 하게 되지 않았나 싶어요. 역설적이긴 하지만 승무원으로 오랫동안 일하면서 얻은 큰 선물인 거죠. 또 최근 코로나로 쉬는 때가 많아서 미래에 대해 더 많은 생각과 고민을 했던 것도 같아요.
한 직장에 소속되어 있을 땐 그렇게 프리랜서가 부럽더니, 막상 프리랜서로 살려니까 떨리기도 하고 겁도 나고 한편으론 부담스럽더라고요. 또 시간도 제 맘대로 쓸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오히려 시간에 끌려다니고 있지 뭐예요! (웃음) 운 좋게도 지금 운영하고 있는 유튜브 채널이 자리를 잘 잡고 있고 구독자분들도 꾸준하게 늘고 있어요.
또 출판사와 인연을 맺어 캠핑 관련 책도 준비하고 있고요, 다양한 비즈니스 관련 연락이 많이 와서 바쁘게 지내고 있어요. 또 이렇게 Jeep와 재미있는 인터뷰도 하게 돼서 좋습니다.
Q. 승무원 시절 어느 누구보다 많은 여행을 다녔을 듯한데요, 숱한 여행 콘텐츠 중에서 캠핑을 선택한 이유가 궁금합니다. 또 캠핑을 시작하게 된 계기도 알고 싶고요.
A. 맞아요. 승무원 하면서 진짜 많은 곳을 다녔어요. 일과 함께 여행도 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었죠. 원래 뭐든 너무 많이 하다 보면 질리잖아요. 8,9년차 됐을 즈음부터 여행에 흥미가 확 줄더라고요. 심지어 보름 동안 휴가를 받았는데도 어딜 가고 싶지 않았어요. 그때 우연히 잡지를 보다가 한 장의 사진에 마음을 확 빼앗겼죠.
스위스 그린델발트(Grindelwald)에 있는 홀드리오 캠핑장(Camping Holdrio)이었는데, 웅장하게 펼쳐진 알프스의 설산을 배경으로 띄엄띄엄 자리잡은 텐트에 꽂혀 버렸어요. 그게 시작이었어요. 한참 동안 사진을 들여다보면서 이런 여행도 있구나 싶은 게 순식간에 여행 욕구가 차올랐고, 캠린이인 채로 수백만 원 어치의 캠핑 장비를 무턱대고 샀죠. 그렇게 인생 첫 번째 캠핑을 떠났는데, 아뿔싸! 정말 바보 같은 짓을 했더라고요.
텐트도 한번 펴 본 적도 없는 저는 뭐부터 해야 할지 몰랐고, 가장 중요한 망치도 안 챙겼어요. 필요한 줄도 몰랐으니까요. 운 좋게 고수 캠퍼인 한국분을 만나 무사히 넘어갔지만, 황당해 했던 그분의 표정을 잊을 수가 없지 뭐예요. (웃음) 그때 알게 됐죠. 아 이런 게 진짜 여행이구나. 무경험의 경험을 하면서 예상치 못한 상황에 부딪치는 모험을 할 수도 있구나 싶은 게 짜릿했어요. 호기심 하나로 시작했던 캠핑 덕분에 지금은 이렇게 캠퍼다운 캠퍼가 됐습니다.

Q. 운영 중인 유튜브 채널은 이미 구독자분들의 팬덤이 어마어마하더군요. ‘밍동’이라는 닉네임과 함께 ‘행님들’이라는 구독자 애칭은 물론이고 어지간한 개그맨들도 평생 하나 만들까 말까 한 유행어까지 갖고 있으니 인플루언서로서 인기를 실감하시겠어요. 저도 즐겨 쓰고 있지 뭐예요!
A. (웃음) 저도 제가 그 말을 그렇게 많이 쓰는 줄 몰랐다가, 구독자분들 덕분에 알게 됐지 뭐예요! 그래서 별것 아니지만 사소한 것들까지 서로 소통하면서 알게 된다는 점에서 더 소중하게 생각됐고 유튜브에 더 열심히 매달리게 된 것도 있어요. 사실 앞서 말씀 드린 것처럼 작정하고 시작한 게 아니라서 닉네임조차 막 고민하고 그러질 못했어요.
학창 시절 친구들이 불러줬던 별명을 그대로 썼고, 채널을 막 오픈했을 땐 캠퍼분들이 대부분 남자분들이라 나이 구분 없이 통칭으로 편하게 행님들이라고 부르기 시작한 게 지금까지 이어졌죠. 힘이 전혀 들어가지 않은 것들이라, 더 자연스럽게 자리를 잡은 게 아닐까 싶어요. 그래서 제 반려견도 심플하게 밍동과 라임을 맞춰 ‘딩동’으로 지었답니다.
Q. 밍동, 딩동! 진짜 훌륭한 조합이군요. 영상에서 시크함을 담당하는 딩동의 매력도 민정 씨 못지않고 또 둘의 케미가 아주 돋보이는데요, 딩동이 소개도 부탁드려요.
A. 제가 동물을 좋아하긴 하는데 그동안 강아지를 키워본 적이 없어요. 딩동이가 처음인 거죠. 작년에 저와 식구가 됐고요, 딩동이는 골든 리트리버와 푸들의 교배시킨 골든두들종입니다. 푸들의 영향으로 이 종은 크기가 나뉜다고 하더라고요, 미디엄인줄 알고 데려왔는데 딩동이 성장을 지켜보니 스탠다드인가봐요.
이젠 안아주기도 벅찰 정도로 자랐지 뭐예요. 그래도 잘 먹고 잘 자고 군소리 하나 없이 캠핑도 같이 다녀주고 껌딱지처럼 붙어 다녀서 항상 든든해요. 우리 둘 다 모든 것이 처음이니 같이 배우고 같이 느끼면서 지금은 둘도 없는 소중한 가족이 되었어요. 이제 딩동이 없다고 생각하면 눈물부터 나더라고요. 제겐 공기만큼이나 중요한 존재입니다. 솔직히 딩동이가 밍동이인 절 보살피고 있는 게 아닌가 싶습니다.

Q. 아무래도 캠핑에서 자동차가 차지하는 비율이 높은데, 평소 Jeep를 드림 카로 자주 언급하는 걸 봤어요. Jeep를 눈여겨 보게 된 이유는?
A. 음, 생각해 보니 딱 어느 순간이라기보다 제 어린 시절부터 자연스럽게 생긴 것 같아요. 아빠가 타셨던 차가 우리나라에서 처음으로 나온 SUV였어요. 아무래도 크고 각진 차를 어려서부터 타다 보니 덩치 큰 차에 대한 로망이 절로 생겼죠. 지금 타는 SUV도 아빠와 오빠를 거쳐 제게 왔는데 역시 몸집이 좀 있고요.
근데 제가 고백하자면, 얼마 전까지 사륜차는 다 험한 곳을 다니는 줄 알았지 뭐예요. 겁도 없이 오지로 캠핑을 갔다가 여러 차례 차를 견인하는 일이 생기면서, 하나씩 배우는 중이에요. 그래서인지 캠핑이나 도로에서 Jeep를 볼 때마다 유난스럽게 강렬한 기운이 절로 꽂힌달까. 게다가 Jeep가 자연 속에서 있을 땐 포스가 어마어마하더라고요.

Q. 이번에 민정 씨가 경험한 Gladiator는 캠핑을 비롯한 아웃도어에 최적화된 픽업트럭인데요, 직접 타 보니 어떠셨는지 소감이 궁금합니다.
A. 와아, 정말 신세계지 뭐예요! Wrangler는 그래도 실물을 직접 많이 봤는데, Gladiator는 이번에 처음 영접한 거거든요. 진짜 크더라고요, 차체에서 빛이 나는 느낌이었어요. 차체가 크니까 운전할 때 트럭만의 묵직함이 느껴져서 승차감도 만족스러웠고, 코너링이랑 과속 방지턱 같은 장애물을 넘을 때 세단처럼 너무 부드러워서 깜짝 놀랐어요.
또 캠핑 다닐 때 짐이 많은 편인데, 트럭답게 보는 것보다 넉넉해서 평소처럼 싣고 나니 자리가 남더라고요. 거기다 하드탑을 탈거하고 타니 개방감과 오픈 에어링까지 즐길 수 있어 아웃도어 느낌이 배가 되더라고요. 또 혼자서도 착탈이 쉬워서 그것도 너무 맘에 들었어요.
참, 이번에 Gladiator를 타고 달리다가 맞은편에서 오는 Jeep를 만난 적이 있거든요. 근데 그분이 손을 들어 Jeep Wave를 하시지 뭐예요! 그래서 저도 함께 손을 내밀어 인사했죠. 오, 마음이 벅차오르면서 왠지 모를 동질감이 느껴졌어요. 이래서 Jeep, Jeep 하는구나 싶었네요. 확실히 Jeep는 아이덴티티 면에서 완성된 차가 아니라 내가 만들어가는 차구나 싶을 만큼 개성 있는 차인 것 같아요!
Q. 최근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비교적 안전하게 즐길 수 있는 여행으로 캠핑이 대세인데, 캠핑 마니아이자 전문가 입장에서 밍동표 캠핑을 추천해 주신다면?
A. 개인적으로 도심이나 명소 여행보다 자연이나 풍경을 즐길 수 있는 여행을 선호하는 편이었어요. 아마 제가 캠핑에 큰 매력을 느꼈던 것도 바로 그 지점이고요. 자연 속에 나를 던져두고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풍경이랑 인사하고 밤하늘을 올려다보며 별을 보고... 그럴 땐 몸과 마음, 머릿속까지 맑아지죠. 하지만 자연과 친하게 지내려면 불편함을 먼저 감수할 줄 알아야 해요.
그러니 마음의 준비를 단단히 하는 것이 중요하죠. 좀 부족하고 불편해도 그걸 잊게 만들어주는 게 또 자연이거든요. 그래서 전 이왕이면 단촐하게 가서 날것을 즐기는 걸 추천해요. 우선 순위를 두자면 백패킹, 오토캠핑, 차박순인데, 몸이 편한 걸로 따지면 반대가 되겠죠! 백패킹은 진짜 과정이 너무 힘든데 깊숙한 오지까지 들어갈 수 있어 제 최애 캠핑이에요.
이제 막 새로운 출발선에서 달리기 시작한 그녀에게 앞으로 계획이 무엇이냐고 묻는 것은 어쩐지 의미가 없을 것 같았다. 마음은 심히 만감이 교차 중이라 어수선할 것이고 주변에 스치는 작은 풍경조차 찬찬히 바라볼 여유가 아직 없을 테니까.
한 걸음, 다음 한 걸음, 다만 자기 페이스를 잃지 않고 딩동이와 동행하면서 달리면 그뿐이니까. 밍동이란 캠퍼로 삶을 스트리밍하고, 경험과 노하우를 책으로 풀어내 독자들과 나누고, 한번도 해보지 않은 일에 도전하면서 말이다. 심민정! 어쩌다 보니, 그녀는 이 여름만큼이나 뜨겁게 사는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