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 애플의 전 CEO 스티브
잡스(Steve Jobs)를 한번 떠올려보자. 무엇이 가장 먼저
생각나는가. 바로 검정 터틀넥 니트와 낡은 청바지, 그리고
하얀 스니커즈로 통일한, 한결같은 옷차림이다. 언뜻 그저
편하게만 입은 듯하지만, 이는 제품을 돋보이게 하기 위한 전략과 함께 잡스만의 아이덴티티를 표현하기에
충분했다.
이처럼 자신을 대표하는 패션을 일컬어 ‘시그니처 패션(Signature Fashion)’이라고 하고, 소위 성공한 사람들의 패션 철학에는 ‘시그니처 패션’이라는 꼬리표가 붙곤 한다. 의류 브랜드 ‘세비지(Savage)’의 공동 창업자이자 인플루언서로서 활동 중인 김종완도 그를 완성시켜주는 ‘시그니처 패션’이 있으니, 바로 ‘웨스턴 룩(Western Look)’이다.
미국 서부 시대 개척자들의 거친 삶에서 유래된 스타일로, 그는 야성미와 세련미를 더해 김종완식으로 입기 시작했다. 입는 것으로도 성에 안 차, 급기야 자신만의 브랜드로 선보인 것이 ‘세비지’다. 선이 굵은 그의 이미지와 잘 맞아떨어진 웨스턴 룩은, 김종완의 아이덴티티를 완성하기에 충분했다. 그러나 이것이 그의 전부가 아니다.
가업을 잇기 위해 아버지 회사에서 일하는 중이고, 어린 시절부터 푹 빠져 있는 농구 마니아로 사설 농구장까지 운영하는 배포 큰 비즈니스맨이기도 하다. 시그니처 패션의 마지막 완성으로 Grand Cherokee를 선택했다는 오너 김종완, 깊이 들여다볼수록 흥미로웠다.
Q. 유행을 따르기보다 자기만의 스타일을 만드는 것이 진짜 ‘패션’이 아닐까 싶은데, 직접 뵈니까 신체적인 요소까지 완벽하게 갖추셨군요. 패션 관련 일을 하게 된 출발점이 궁금합니다.
A. 패션과의 시작은 제가 자라온 환경 속에서 자연스럽게 만들어진 것 같아요. 첫 번째는 멋쟁이 할아버지 덕분이었죠. 저를 되게 예뻐하셔서 항상 데리고 다니셨는데, 당시 할아버지께서 상하의를 따로 매칭하는 세퍼레이트 슈트를 즐겨 입으셨어요. 체크무늬 재킷과 울 팬츠에 넥타이도 항상 갖추셨고 중절모와 로퍼까지 소화해 내는 분이셨거든요. 그런 할아버지의 패션 감각이 제게 고스란히 입혀진 것 같아요.
두 번째는 어릴 때부터 농구를 엄청 좋아해 일찍부터 농구화에 완전히 꽂혀버렸죠. 초등학교 때부터 이베이와 옥션을 드나들면서 한정판 스니커즈에 열광했고, 남들보다 빠르게 눈 떠 가는 재미에 만족감을 느끼게 되더라구요. 그러면서 스트리트 웨어 쪽으로 넓혀 갔고 이때부터 옷을 좋아했어요.
세 번째는 할아버지 때부터 이어온 전자 분야의 가업을 잇기 위해, 아버지 회사에 몸담으면서였어요. 아버지와 거래처를 가거나 출장을 다니는 일이 많아지면서, 23살 때부터 슈트를 입게 됐죠. 제 신체 사이즈에 맞는 기성복을 찾기가 힘들다 보니, 비교적 어린 나이에 비스포크 테일러 슈트에 입문하게 되었어요. 이렇게 어떤 운명처럼 패션과 만나게 됐던 것 같습니다.
Q. 얘기를 듣다 보니, 패션 분야의 일만 하시는 게 아니라 다른 일도 하고 계시군요. N잡러로서의 삶을 살고 계신데, 하고 있는 일들에 대해 자세한 설명 부탁드려요.
A. 할아버지가 일구신 가업을 아버지가 이어받으셨고, 저 역시 그 뒤를 잇는 게 당연하다고 여겼어요. 두 분 모두 공학을 전공한 엔지니어인지라 저도 전자공학을 전공했죠. 저희 가업은 전기 회로 속 저항기라는 부품을 만드는데, 그 중에서도 특수 저항기 제조사거든요.
또 아버지가 엄한 편이라, 고등학교도 군대보다 더 엄격한 미국 학교에서 유학했구요. 조지아 주에 있는 리버사이드 밀리터리 아카데미(Riverside Military Academy)라는 사립 사관학교였는데, 공부도 훈련도 강도가 엄청 셌고 인터넷이나 휴대폰 사용도 정해진 시간 외에 사용 불가였죠. 그나마 유일하게 주말에 받는 외출증이, 유학 생활의 낙이었어요.
이때 옷과 신발을 쇼핑하면서, 미국과 국내 시장을 비교하게 되었고 가격 경쟁력이나 가치 환산, 비용, 효율적 투자 같은 비즈니스를 자연스럽게 익혔죠. 결혼도 꽤 일찍 한 편이라, 한 가정을 이루면서 제 역할이나 삶의 방향성이 달라졌고요. 이런 복잡한 요소들이 한데 뭉쳐져서 그런지, 가업은 가업대로 패션은 패션대로 다 하고 싶은 욕심이 생긴 거죠.
무엇보다 제일 큰 영향을 미쳤던 것은, 무언가 하나에 꽂히면 끝을 보고야 마는 근성 때문이었어요. 가업은 당연한 것이었고, 패션이 바로 그 근성의 결과죠. 취미로 즐기는 농구도, 얼마 전 농구 좋아하는 친구들과 함께 실내 농구장까지 열어버렸네요.

Q. 작은 취미라도 빠지기 전에, 고민을 많이 하시겠네요. 이 정도 근성이라면 자동차에 대한 기호도 궁금한데, 남다른 애정을 갖고 있는 Grand Cherokee와의 인연은 언제부터였는지?
A. Grand Cherokee를 만난 것도, 앞서 말씀드렸던 것처럼 말 그대로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이뤄졌어요. 고등학교 시절 사립학교의 특성상 차를 소유한 친구들이 많았고요, 가장 인기 많은 차가 Wrangler와 픽업트럭류였어요. 게다가 몬스터 트럭으로 불리는 개조 차량이 대부분이어서, 주차장만 구경해도 정말 재밌었거든요.
그러면서 머슬카나 각진 디자인의 차에 대한 저만의 차 취향이 생겼죠. 그리고 후에 미국에서 저희 가족이 함께 탈 수 있는 차를 고민했고, 예산과 디자인과 유지비를 따져 보니 Jeep 밖에 없더라구요. 정확히 Grand Cherokee limited였죠. 키가 크고 체격이 있어선지 세단이나 일반적인 SUV는 많이 불편했는데, Grand Cherokee는 시트에 앉았을 때 안성맞춤이었어요.
무엇보다 제 이미지와 평소 입는 패션과의 어울림도 중요했어요. 제 스타일의 연장선이랄까. 슈트면 슈트, 캐주얼이면 캐주얼을 모두 소화해 내더라고요. 그리고 5년 전 귀국해서 차를 구입할 때도 망설임 없이 다시 Grand Cherokee Overland를 구입했네요.

Q. 같은 브랜드의 같은 차종을 연달아 구입하셨다니, 무엇이든 끝을 본다는 말이 실감납니다. 다음 차 역시 새롭게 업그레이드 된 All-New Grand Cherokee L을 염두에 두었다고 했는데, 오늘 미리 만나본 소감은 어떠셨나요?
A. 마침 둘째가 조금씩 커 가면서 가족차를 고민하고 있었는데, 딱 3열 시트에 꽂혀버렸죠. 출시 전부터 해외 관련 영상이나 리뷰를 통해 보다가 확인하니 더 마음에 쏙 드네요. 널찍한 실내도 좋지만 매킨토시 오디오나 가죽으로 마무리된 실내 인테리어도 독특했고요, 아이들이 있는 뒷좌석의 상황을 운전하면서도 직접 모니터링 할 수 있는 것도 굉장히 마음에 드네요.
아참, 제가 예전에 Grand Cherokee를 타고 가다가 상대 차 과실로 크게 사고 난 적이 있었는데, 상대 차는 심하게 망가진 데 반해 제 차도, 저도 모두 무사했습니다. 그때 아, 역시 Jeep구나 했었어요. 안전적인 부분까지 증명이 된 셈이라 망설임 없이 Grand Cherokee가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아, 그러고 보니 제 운전 인생에, 절반 넘게 Jeep와 함께했네요.
Q. 현재 직접 운영하고 있는 의류 브랜드 ‘세비지’ 또한 길들여지지 않은 야생의 의미를 품고 있는데, 왠지 터프한 Jeep의 이미지와도 접목되는 느낌입니다. 브랜드 아이덴티티와 함께 대표님이 추구하는 패션에 대해 말씀해 주세요.
A. 운 좋게 저랑 패션의 취향과 경험까지 비슷한 친구를 온라인에서 알게 되었어요. 좋아하는 스타일까지 같다 보니, 함께 의기투합해 세비지까지 만들게 된 거죠. 세비지는 안에 감춰져 있는 저마다의 본성을 끌어내 자유롭고 자연스러운 멋을 추구하는 남성 브랜드예요.
시즌마다 디자인, 마케팅, 홍보에 이르기까지 전체 디렉팅을 하면서, 다수의 옷을 취급하는 것이 아니라 웨스턴 룩에 집중해 진행 중입니다. 또 제가 좋아하는 데님이나 가죽, 벨트 등을 다루다 보니 선보일 제품들을 직접 착용하고 옷의 최종 완성도를 체크하는 것도 저희 브랜드만의 차별점이 아닐까 싶습니다.
제가 입고 싶은 옷들을 시도해 보는 것도, 소비자의 다양한 입맛을 맞추는 데 도움이 되는 것 같고요. 어느새 4년이라는 시간에 접어들었는데, 꾸준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어 기분이 좋습니다. 앞으로도 계속 웨스턴 룩을 일상에서도 편하게 또 세련되게 입을 수 있도록 발전시켜 보는 게 제 계획이예요, 남들이 하지 않고 제가 좋아하는 것을 추구하되, 보다 멋스럽게 해보고 싶습니다.
하나도 아니고 여러 개의 직업으로 사는 일이, 문득 48시간도 모자라지 않을까 싶었다. 그러나 김종완은 태연하게 답한다. 사립 사관학교 시절 들인 습관 탓인지 하루 6시간 이상을 자 본
적이 없다고. 그것도 성에 안 차는지 느지막이 꽂혀버린 와인을 향해 서서히 달리는 중이란다. 조만간 와인 관련 직업이 하나 더 그의 이력에 추가되지 않을까 싶다.
그리고
인플루언서의 자리에선 아들 녀석이 좀 더 크면 매년 개최되는 이탈리아의 세계 최대 남성패션 박람회 ‘피티
워모(Pitti Uomo)’에 나란히 손잡고 갈 일에 설레어 한다. 확고한
마음으로 스스로 뜻을 세우고 설 수 있다는 공자 나이 ‘이립(而立)’을
살고 있는 그는, 시그니처 카 Grand Cherokee와
벗이 되어 저 거친 세상 앞에서도 흔들리지 않는 불혹(不惑)을 맞이할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