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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다리로 땅을 딛고
지면을 한 걸음씩 밀어내며 속도를 붙일 때,
심장을 시작으로 머리부터 발끝까지 요동치고
순간 그 어느 것에도 방해받지 않는
나만의 자유와 만난다.
치명적인 이 매력에,
한번 맛들이면 헤어나오기
힘들다고도 한다.
러닝머신 혹은 공원길, 동네길을
취미 삼아 달리는 것와 달리,
거친 자연 속에서 자신의 한계를 실험하는
고독한 레이스가 있으니,
이는 바로 트레일 러닝(Trail
Running)이다.
Jeep 오너 유지성은
국내에 트레일 러닝을 전파하며
트레일 러너로서의 삶을
21년째
고수하고 있다.
험난한 코스를 찾아
전국 방방곡곡을 누비는 그와
완주한 최초의 한국인으로
그랜드 슬램의 역사를 기록했다.
오너를 똑닮은 그의
Renegade와 함께
그는 2002년 사하라
사막을 시작으로 고비 사막, 아타카마 사막을 정복하고, 이
관문을 모두 통과해야만 자격이 주어지는 남극 레이스까지 완주한 찐러너다. 동시에 세계 4대 사막 마라톤을 달려, 한국인 최초로 그랜드 슬램(Grand Slam)의 역사를 만든 장본인이기도 하다. 독보적인 그의
행보를 글로 풀면 이렇게 축약되지만, 그 행간에 빼곡하게 담겨 있는 피와 땀, 노력, 인내, 고통, 아픔, 외로움, 고독
등 이를 대체하는 단어는 수백 개 아니 수천 개가 넘을 듯하다.
트레일 러닝은, 일반적인
로드 러닝과는 확실하게 차별화된 종목이다. 있는 그대로의 자연 속으로 살짝 스며들어야 하고, 딛고 서야 하는 지면이 모래와 흙, 돌, 얼음이고 뜨거운 태양이든 빗줄기든 혹한이든 군말 없이 복종해야 한다. 즉, 혹독한 환경에서 치러지는 나와의 한판 싸움인 것이다. 이럴진대 달리기에 ‘달’도 못해본 운동치였던 그가, 전공을
살려 건축 설계에 몸담으며 외국계 회사까지 잘 다니던 그가, 무엇이 부족해서 그토록 힘들고 어려운 선택을
자처했는지 의문이 생겼다.
그가 직장인이 아닌 ‘러너’로서, 말로만 듣던 사하라 사막에 첫발을 내디뎠을 때 유지성은 울컥했다. 남들이 걷지 않는 길을 선택하면서 받게 되는 뭇사람들의 시선, 멋모르고
저지른 낯선 세상에 대한 두려움, 스스로의 선택에 대한 불확실성으로 편치 않았으리라.
하지만 어디 사막이 그리 만만한 곳이던가. 복잡한 감정은 순식간에
사라지고, 현실을 자각할 수밖에 없었다. 50도를 넘나드는
기온 속에서 푹푹 발이 빠지는 모래 위를 걷는 것은 지옥 그 자체였고, 그 위로 올라오는 열기는 숨쉴
때마다 고통이었다. 또 사방이 확 트여 착시를 불러일으키니 물리적인 거리를 가늠키도 힘들었다. 거의 다 왔다 싶으면, 또 그만큼 물러나 앉는 모래 언덕들이 야속할
뿐이었다.
사막에 밤이 찾아오면, 엉망이 된 육신이 그나마
쉴 유일한 시간이지만, 난생 처음 불판 위를 수십 킬로 달린 발은 물집 투성이가 되어 낮과는 또 다른
지옥을 맛보았다. 실제로 달리기 예찬론자들은 일단 한번 달리기 시작하면, 절대
멈출 수 없다고 입을 모은다. 살아 있음을 더욱 가혹하게 느낄 수 있는 심장 박동과 온몸을 타고 흐르는
피의 흐름, 강하게 반응하는 뇌의 신호. 도저히 뿌리칠 수
없는 ‘중독’이라는 것이다.
유지성 또한 그 지독한 첫 레이스를 완주한 후에도, 지금껏 중독되어 있다.
“많은 사람들이 그렇게 힘든데 도대체 왜 그걸 하느냐 라고 묻지만, 글쎄요, 정답은 저도 모르겠어요.
그저 재밌어요. 그리고 기회라는 것이 다음에 또 있을지 없을지 모르잖아요. 발이 아파도, 물집이 생겨도, 그냥
버티고 가면 돼요. 레이스 라고 해서 시종일관 달리는 게 아니라, 힘들면
걷고 회복되면 속도를 내는 식으로 페이스를 조절하면 되거든요. 사실 우리가 경쟁 구도 속에서 순위에
집착을 하며 자라서 그런지, 레이스에서도 그 욕심을 버리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요. 하지만 1등이 아니라 ‘완주’에 목표점을 두면, 다 해결돼요. 내가
뛰어서 내가 만드는 결과물이고, 무사히 결승점에 골인했다면 성공한 거니까요. 마이웨이! 전 그냥 제 길을 가는 거죠.”
“저는 트레일 러닝을 스포츠라고 보지 않아요. 치열한 경쟁이 아니니까요. 대신 새로운 장소에서 각자의 방식대로 여행을 하는 개념으로 봅니다. 단지 참가자의 시각이 아니라 주최자의 입장까지 생각할 수 있더라고요. 그래서 마케터의 역할까지 하게 된 거죠. 러너의 마음은 러너가 안다고, 제가 경험해 봤던 것들을 토대로 필요한 장비나 물품을 외국에서 직접 바잉해 소개하다 보니, 국내 러너들의 반응도 정말 컸습니다. 그러고 보면 달리기는 저도 몰랐던 내구력을 끄집어 내주고 지금껏 쉬지 않고 달리는 힘을 줬네요.”
트레일 러닝과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가 된 그에게 혹 한 번쯤
도전해볼 만한 레이스에 대해 묻자, 거침없이 사막이라고 외친다. 모래만
존재하는 세상 같아 보여도, 그 안으로 발을 들이는 순간 상상초월의 다양한 길을 만날 수 있단다. 물 한 모금이 얼마나 사람을 행복하게 만드는지, 사막에서의 배움도
강조했다.
따지고 보면, 극한의 레이스는 일상 모든 것에
대한 소중함을 절실하게 깨닫는 시간이요, 평생 한 번 배울까 말까 한 인생 공부다. 유지성은 사막의 경험치를 추천하는 바로 이 순간, Jeep의 필요성을
강조한다. 한없이 거친 대자연과 맞장 구도로 서기 위해선 반드시 필요한 차라고 말이다. 탐험과 모험을 즐기는 자들의 발이 되어주는 Jeep에게도 스스로를
테스트하는 4x4 루비콘 트레일(Rubicon Trail)이
있으니, 트레일 러닝과 긴밀한 관계로 봐도 좋을 듯하다.
“저는 차를 소장품이나 애장품의 범주가 아니라, 일상 생활용품 중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Jeep에 대한 로망은 있었죠. 몽블랑에서 펼쳐지는 마운틴 울트라
마라톤에 참여했을 때, 우연히 샤모니에서 주차된 차 한 대와 마주쳤는데 너무너무 멋진 거예요. 그 차가 바로 Renegade였죠.
그 인연으로 지금 Renegade와 한 식구가 됐습니다.
Jeep를 타고 나니까 신기하게도 전에는 안 보이던 Jeep들이 그렇게 잘 보이더라고요.(웃음) 저도 달리기라는 한우물을 파고 있지만, Jeep 브랜드도 역사와 정통성을 인정받는 브랜드잖아요. 또 오랜
시간 동안 쌓아올린 경험치라는 건, 절대 하루아침에 만들 수 없고요.
그런 면에서 저와 Jeep는 공통점이 꽤나 많습니다.”
트레일 러닝 코스 개발을 위해 전국 오지를 부지런히 돌아다니는
유지성은 Renegade의 안정적인 주행과 임도 등의 주변 환경에 거침이 없다는 점에서 매우 만족한다고
했다. 특히 Renegade의 진가는 험한 날씨에 바로 알
수 있다며, 눈이 오거나 비가 내려도 마음놓고 운전할 수 있다는 점도 칭찬했다. 또 적재 공간이 생각보다 넓어서 짐을 많이 실을 수 있다며 박스카만의 장점도 강조한다.
지금껏 달려온 구력에 박차를 가할 계획이 있는지 묻자, 장기적으로
유지성만의 대표 대회를 ‘대전’에서 시작해볼 예정이라고 한다. 분지형 도시인 대전의 산을 중심으로, 입문자들을 위한 대중적인 트레일
러닝 코스를 준비 중이며 추후 국제적인 대회로도 키워본다니 기대해도 좋을 듯하다. 또 이런 대회에서
자신의 Renegade는 물론이고, 스텝들과 진행 요원들의
오피셜 차량으로 줄지어선 Jeep 행렬을 보는 것도 이뤄보고 싶은 꿈 중 하나라고 포부를 밝힌다.
그와의 인터뷰를 마칠 즈음, 어쩐
일인지 두 다리가 근질거렸다. 뛰어봐야만 안다는 달리기의 매력, 올봄엔
동네 산책길이라도 도전해 봐야겠다.